"디지털 드림 키즈"는 어린아이의 별명이 아니다.

경박단소로 세계 가전업계를 끌어온 일본 소니의 슬로건이다.

가전의 소니가 멀티미디어 소니를 지향하면서 내걸었다.

소니의 변신은 충격으로 시작됐다.

95년 4월 이데이 노부유키씨의 등장은 놀라움이었다.

그는 상무에서 13명의 상관을 제치고 사장에 올랐다.

석달뒤 그는 회사가 앞으로 디지털의 꿈을 추구해야 살 수 있다며 디지털
드림 키즈(Digital Dream Kids)가 되자고 깃발을 들었다.

컴퓨터에 창문(윈도)을 만들어 놓고 가상의 세계를 들락거리게 해놓은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다.

그는 "컴퓨터의 황제"로 젊은이의 우상이다.

96년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컴덱스에서 "손끝에서 모든 정보를
얻는 시대가 열린다"고 외쳤다.

손오공 손바닥위가 아니라 게이츠의 손가락 끝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느낌이다.

황제와 디지털 드림 키즈가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최근 개인용컴퓨터(PC)와 TV 비디오카메라 등
가전제품이 결합하는 차세대 "디지털 가전"분야에서 전면적인 기술제휴를
선언했다.

게이츠는 이번 제휴를 통해 컴퓨터와 AV(음향영상)양 부문에서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데이 사장은 이번 협력을 AV와 컴퓨터의 악수라 표현했다.

두 기업은 모두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민생전자의 두 축인 TV와 PC분야에서 각자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눌 때도 각각 리딩파워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이들의 제휴를 "PC-TV의 탄생 가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1981년에 태어난 PC가 1920년대생인 TV와 한살림을 차리면 어떤 2세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일부에서는 열리게 될 디지털가전시장의 소프트웨어부문 표준경쟁에 대한
대비라는 해석도 있다.

소니의 VTR표준에서의 뼈아픈 패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검색소프트
웨어분야에서의 경험 등을 감안할 때 수긍이 간다.

기술전쟁시대에서 표준의 선점은 곧 생존권의 보장인 셈이다.

"황제 손끝에 모인 디지털 아이들"에 관심이 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