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모 < 아주대 교수 / 환경공학 >

일본 소니사는 최근 손잡이를 돌려 작동하는 라디오를 개발했다.

1분간 손잡이를 돌리면 30분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시티즌시계는 빛전지로 작동되는 손목시계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또 체온과 대기온도와의 차이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움직이는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필립스사도 비슷한 시계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런 예들은 기업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에서 사업기회를 찾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만큼 시장경쟁력이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환경성에도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환경수용량은 한정돼 있다.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산업구조는 환경수용량을 넘는 자원남용으로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깨달은 선진국들은 환경관련 법안과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연장된 생산자 책임이다.

이전까지는 생산자가 제품의 성능과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막는 것만
책임졌다.

소비자가 제품을 다 쓴뒤 폐기할 때 생기는 환경오염문제는 책임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장된 제조자책임에서는 폐기물수거및 처리비용도 생산자가 부담
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폐기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다쓴 제품을 쉽게 분해할 수 있고 분해한 부품을 다시 쓸 수 있다면 폐기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사용되는 부품수를 줄이고 용접 대신 조립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 여러 제품에 공통으로 쓰일 수 있는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제품이라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같은 소재로 설계한다.

태우거나 매립해야 할 양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에코디자인이라고 한다.

에코디자인을 하는 제조업체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도 부품의
환경성 정보를 요구하게 된다.

환경과 관련된 정보는 부품의 품질 가격 성능과 함께 제조업체의 부품
구매기준에 포함된다.

이런 구매행태를 녹색구매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정부지원하에 1천개이상의 조직이 참여하는 녹색구매망이 이미
구축됐다.

캐논과 NEC사 등도 지난해부터 녹색구매망을 가동해 사무용 종이 복사기
프린터등에 적용하고 있다.

ISO14000을 제정한 것은 환경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는데 전세계적으로
조화된 환경표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ISO규격을 따르는 것은 자발적이다.

그러나 일단 이 규격을 법으로 채택하거나 또는 녹색구매처럼 구매자가
부품이나 원자재공급자에게 요구한다면 필수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미래에는 서비스중심의 경제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경제를 구현시키는데 에코디자인은 필수적이다.

에코디자인에는 폐기물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로마클럽에서는 자원의 생산성을 다음 세대까지 10배로 높이자는 목표를
부르짖고 있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환경파도가 밀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지금이 적극적으로 에코디자인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