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진씨는 돈을 받고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벌서 자신의 손을 거쳐간 이름만도 수십개이다.

그러나 그가 짓는 이름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바로 기업 또는 상품의 이름이다.

최씨의 직업은 브랜드 메이커이다.

업계에서는 네임리스트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후반부터 기업이미지와 상품이름이 시장확보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직업이다.

노동부가 발간한 직업사전에도 96년도에야 이름이 오를 정도로 아직은
생소하다.

브랜드메이커는 고객(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기업 혹은 상품의 경쟁력
을 높일수 있도록 적절한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먼저 의뢰를 받으면 작업팀을 구성한다.

작업팀은 상품의 특성및 차별화 방안등에 대해 고객사로부터 설명을 들은후
관련자료를 취합하고 시장조사를 한다.

기초조사가 끝나면 작명할 언어를 결정하기 위해 난상토론식의 회의를 한다.

이때 등장하는 이름만도 보통 1백여개.

그러나 토론과정에서 걸러지면서 10여개로 압축된다.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올려지는 이름은 3~4개 정도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메이커들은 상품의 특성과 기능, 고객사의 마케팅전략
등을 숙지해야 한다.

또 유사상표가 있는지의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이름짓기에 걸리는 기간은 보통 한달정도.

우리가 친근감을 느끼며 부르기 쉬운 각종 상품의 이름들이 대부분
네임리스트들의 고민의 산물인 셈이다.

이름이 지어지면 상품의 경우 1천만원이지만 기업이름의 경우에는 2천만원
에서 3천만원이 공식 가격이다.

네임리스트들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자연계보다는 어문학계열이 많다.

일의 도구가 언어인데다 논리보다는 섬세한 감성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자격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자질은 필요한 셈이다.

또 연봉제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도 브랜드 메이커 업계의 특징이다.

최씨는 "상표법이 까다로와지고 있고 시장개방에 따른 국제상표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브랜드 네이밍 전문기업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90년대초반이후 브랜드네이밍 업계는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외국의 전문업체도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다.

현재 알려진 네이밍 전문업체는 10여개.

CI(기업이미지통합)와 네이밍을 병행하는 회사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문의 브랜드메이저 558-5721, 인피닛 736-7533, 코틱 555-3302

< 김태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