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 엔약세 흐름이 반전되고 있다.

일본의 경기부양책 발표를 계기로 미일 양국이 공동으로 시장개입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지난 3년을 벼텨온 달러강세가 마감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감이 제기되는 정도다.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부분적으로 포기할 것이라는 일부의 평가도
있다.

달러가 떨어지면 우리돈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연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던 달러당 1천3백원대의 환율안정이
의외로 빨리 올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순환이 가능하다면 외평채발행 성공과 함께 국내 외환시장은 정상궤도에
보다 가까이 근접할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는 1백25엔을 주장하는 세력과 1백35엔파가 여전히
팽팽히 맞서있다.

미일 양국 정부가 지나친 달러강세를 원치 않고 있음도 분명하지만
엔약세를 불러올 요인도 여전히 만만찮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부활절 휴가가 끝나는 다음주 개장시세와 오는 15일
G7 정상회담이 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전날 뉴욕시장에 이어 10일 도쿄에서도 상당한 강도로
시장에 개입했다.

그동안 1백35엔을 들락거리던 엔은 이날 1백27엔까지 떨어졌다.

급락이었다.

전일인 9일에는 미국 연준리(FRB)가 달러를 팔면서 엔시세를 눌렀다.

모처럼의 공조였다.

FRB가 뉴욕외환시장에서 매각한 물량은 10억에서 20억달러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 자금은 모두 일본은행 계정에서 지출됐다.

일본의 돈으로 미국이 시장 개입에 나서는 아주 드문일이 벌어졌다.

미국 역시 지나친 엔약세를 경계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더우기 FRB는 달러를 팔면서 이를 고의적으로 노출했다.

당국의 시장 조작은 비밀리에 이루어지는게 상례였지만 FRB는 매매내역을
전자매매장치(EBS)의 스크린에 띠웠다.

모두가 보아달라는 얘기였다.

시장관계자들은 미일양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1백35엔선을 형성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시장개입은 타이밍도 절묘했다.

우선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있어 거래가 작았다.

일본이 경기부양대책을 발표한 직후라 관망분위기가 컸던 것도 시장개입
효과를 극대화했다.

10일 일본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작년 12월이후 4개월만이었다.

FRB가 엔화지지를 위한 시장개입을 실시하기는 92년 2월이후 6년2개월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엔은 달러당 1백27엔선이었다.

그후 엔화는 강세로 반전, 95년4월까지 3년간 오름세를 탔다.

시세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려있다.

기조적인 달러 강세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측이 있는 반면
당분간은 엔약세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논리를 갖추고있다.

엔약세 쪽에 베팅하는 전문가들은 일본경제가 이미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각종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판에 인위적인 엔부양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당분간은 달러당 1백30엔 안팎에서 안정되겠지만 머잖아 다시
1백35엔대 이하로 되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JP 모건은행의 애비나쉬 퍼소드 환율담당 분석가는 "일본이 엔회복
조치를 추가로 내놓지 않는다면 엔은 1백35엔-1백40엔까지 되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부 부장관이 "우리는 여전히 강한 달러를
원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회복을 점치는 쪽의 전문가들은 미 일의 정책의지를 첫째 이유로
꼽고있다.

양국이 그동안 엔약세를 우려해왔고 특히 FRB가 시장에 개입한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엔환율은 달러당 1백20-25엔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국 IDEA사의 환율전략가 데이빗 듀런트는 "일본의 경기대책과 미일의
강력한 엔화회복 의지를 감안할때 앞으로 달러가 더 오르지는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G7회담이 중장기적인
환율 방향을 가름할 것으로 보고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