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이 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은 감사원이 외환위기 특감을 끝내고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 관련자들의 수사를 의뢰해옴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유는 강 전부총리 등 정책책임자들이
정책판단을 잘못했을뿐아니라 실무진들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보고와
건의를 묵살하고 이를 당시 대통령에게 신속하게 보고하지않아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감사원의 결론과 수사의뢰에 대해 몇가지 점에서 다소
의아스럽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수 없다.

우선 비리나 부정이 밝혀지지않았는데도 정책결정행위 자체가 사법적인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본란은 지난 1월 감사원이 외환특감계획을 밝혔을때 철저한 조사와
원인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그것은 유사한 정책실패를 반복하지않기 위한 교훈을 얻고 정확한
원인규명을 통해 당면한 외환위기를 좀더 슬기롭게 극복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감사원의 특감결과는 바로 그런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외환위기의 책임을 정책당국자들에게
묻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책임추궁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밝혀지지않는한
어디까지나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국한시켜야한다고 본다.

실패한 정책을 직무유기로 사법처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감사원 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점에서 경제 청문회를 통한 원인규명과 책임추궁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를 끝내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지만 만약
정책의 실패에 대한 사법처리의 전례가 만들어질 경우 그 부작용도
만만치않으리란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처리해주기 바란다.

정책의 선택은 똑같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경제상황과 여건에 따라 전혀
달라질수 있다.

그런데도 결과만을 중시해 사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는 아무도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하려하지않을 것이다.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또 감사원이 직무유기 가능성의 이유로 신속한 보고가 이뤄지지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그것도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물론 늑장보고가 정책의 실기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없진않다.

그러나 그것이 외환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이 될수는 없다.

아무튼 감사원이 의뢰한 이상 수사는 불가피하겠지만 그것이 정치적
속죄양을 만들거나 국민감정을 달래기 위한 한풀이 수사가 되지는 않기
바란다.

또한 수사결과가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생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