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년전.

미국의 나이키는 삼나스포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겉으로는 합작관계였으나 사실상 하청관계에 불과하던 삼나스포츠와의
대리점체제를 청산하고 현지법인 형태의 직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주식공개매수란 매수 희망자가 매수기간, 가격, 수량 등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장외거래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

적대적M&A의 수단으로 주로 쓰이지만 나이키의 경우 경영권쟁탈과는
무관하게 국내 소액투자자의 반발을 무마하자는 차원에서 공개매수를
진행시켰다.

나이키는 주식을 1백% 가까이 취득한 후 삼나스포츠를 상장폐지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주식공개매수 기법을 선보인 나이키의 삼나스포츠
인수는 외국인 M&A 1호로 기록된다.

쌍용그룹은 지난해 10월말 자구책의 일환으로 흑자계열사인 쌍용제지를
8백10억원을 받고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인 P&G에 넘겨줬다.

P&G가 쌍용제지를 인수한 목적은 시장지배력 강화.

국내 2위의 화장지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선두인 유한킴벌리를 바짝 추격,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서두른 탓에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쌍용제지 인수로 일부품목이 독과점에 해당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신고 승인을 보류한 때문.

또 공개매수를 통해 95.4%까지 지분을 확보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상장폐지
요건이란 덫에 걸려 비싸게 사들인 지분 일부를 싸게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P&G의 쌍용제지 인수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외국기업에 통째로 매각한
첫번째 사례에 해당된다.

위의 두 사례는 외국인 M&A의 전형에 속한다.

합작형태로 국내시장에 진출한 후 한국 파트너의 지분을 사들여 1백%
현지법인체제를 갖추는 방식과 국내대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우량자산을 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미국 코카콜라가 국내 콜라 보틀링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은
이 두가지 케이스가 혼재된 사례.

코카콜라는 70년대부터 국내지역을 4구역(서울.경기-두산음료, 부산.경남
-우성식품, 충청.경북-범양식품, 호남지역 -호남식품)으로 나눠 콜라원액을
공급했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두산음료의 콜라보틀링사업을 매각하려 하자 코카콜라는
국내 시장의 점유율확대를 위해 전국 직영체제로의 전환을 꾀했다.

코카콜라는 두산식품에 4천3백22억원, 우성식품에 1천1백억원, 호남식품에
4백85억원을 주고 영업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범양식품과는 영업권 인수에 마찰을 빚어 충청.경북지역의 영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같은 세가지 유형이 앞으로 외국인 M&A의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외국인 M&A의 관심은 역시 "국내 내수업종의 시장지배력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 송태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