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하면 할수록 회사는 어려워지는데 말이 되는 겁니까"

대림엔지니어링 유선재 부장의 탄식이다.

내년까지 부채비율 2백%를 못맞추면 비싼 벌칙금리를 물어야 한다는데
플랜트수출은 하면 할수록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수출을 장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출산업에 대해 벌금이 부과되는 꼴이다.

1억달러짜리 플랜트를 수출할 때 국산기자재조달을 기준으로 수출입은행
에서 받을 수 있는 자금지원은 40%정도.

수출지원을 위한 금융이라고는 하지만 차입은 차입이다.

발주처에서 선수금 10~15%를 받더라도 기자재제작사 등에 선수금으로
내줘야 한다.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수 밖에 없다.

물론 기성고에 따라 발주처가 보통 두달정도에 한번씩 공사대금을 준다.

그러나 돈을 받을때까지는 차입금이 필요하다.

그나마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차입금은 더 늘어난다.

소프트웨어 위주인 플랜트엔지니어링업체들은 대개 자본금규모가 5백억원
안팎이다.

수출이 많아지면 부채비율은 갑자기 높아진다.

대림엔지니어링은 현재 부채비율이 3천%를 넘는다.

다른 곳들도 8백~1천%는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백%는 어림도 없다.

실제로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플랜트공사를 이행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데 이처럼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비단 플랜트엔지니어링업계만이 아니다.

큰 덩치를 수출하는 업계는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

조선의 경우 착수금조로 받는 선수금 비율이 20%정도.

나머지는 대략 4,5차례에 나눠서 받는다.

그러나 요즘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선주들이 인도시점에 잔금을 주기로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따라서 줄잡아 70%가량은 차입으로 메워야 한다.

수출이 늘면 부채도 함께 늘어나자 구매자신용에 의지하는 방법까지 동원
되기도 한다.

대우중공업이 지난해말 앙골라 국영석유회사(SONANGOL)로부터 수주한
1억7천3백만달러짜리 해양원유생산플랜트가 단적인 예다.

대우는 네덜란드의 ING뱅크를 SONANGOL에 연결해 줬다.

이 회사에 대한 보증은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중장기부보로 해결해 줬다.

종전 같았으면 대우가 차주가 됐을 것이다.

이를 구매자인 SONAGOL이 차주가 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공급자신용으로 수출하던 것을 구매자신용(또는 수입자신용)으로
바꿈으로써 공급자인 국내회사가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대금을 차입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대우처럼 네트워크가 좋은 곳이 아니라면 구매자에게 돈을 대줄 적당한
금융기관을 물색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국가신용이 하락해 수출보험공사 등이 외국의 구매자들을 보증하는
것도 어렵다.

리스크프리미엄(코리언프리미엄)도 많이 올라가 있어 수주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플랜트엔지니어링업계는 일단 플랜트수출을 위한 차입은 부채비율산정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다.

정책당국은 수출증가에 따라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모순을 어떤 식이든
해결해 줘야 한다는게 관련업계의 요구다.

< 채자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