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시티코프.트래블러스간 합병에 이어 뱅크아메리카와 네이션스뱅크까지
합병을 추진키로 함으로써 미국 월가의 관심은 다음번 "메가 머저"에 집중
되고 있다.

가장 꾸준히 나도는 설이 메릴린치와 체이스맨해튼간의 합병이다.

매출기준으로 업계2위와 3위여서 더 그렇다.

체이스맨해튼이 시장석권을 위해 메릴린치를 상대로 그동안 끈질기게
추파를 던져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수를 빼앗기긴 했지만 이들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총자산 6천5백70억달러,
매출 6백20억달러, 순익은 56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시티그룹의 총자산은 7천억달러, 매출 5백억달러, 순익 75억달러다.

체이스맨해튼의 계획이 이뤄지면 시티그룹이라는 "골리앗"을 상대할 만한
거인 하나가 또 탄생하게 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시티코프의 합병이 성사됨으로써 체이스.메릴린치간 합병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와 JP모건의 재결합도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은행업과 증권업을 겸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글래스스티걸법에 걸려 60년전
헤어져야 했던 두 회사는 새로운 상황전개로 다시 합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아직 글래스스티걸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시티그룹에 대해 암묵적인 지지를 표명한 만큼 사실상 법률적인
걸림돌은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들 외에도 최근 하우스홀드인터내셔널 등 2건의 은행합병이 발표됐다.

시티코프.트래블러스가 합병을 발표한지 하루 뒤였다.

매출기준으로 각각 86억달러와 66억달러 규모의 합병이다.

물론 이들의 합병은 전부터 추진되던 것이어서 시티그룹의 등장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지만 시티그룹의 탄생이 이들의 합병을 재촉한 것은 틀림없다고 관계자들
은 분석한다.

스티븐 힐버트 콘세코 회장의 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금융업 합병붐의
배경을 그대로 보여 준다.

"금융서비스업은 갈수록 집중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영업채널과 금융상품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 박수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