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 주가가 떨어진 틈을 활용,각국의 합작사 지분을 더 늘리면서 설비
투자를 확대해 동남아를 수출전진기지로 만들고 있다.

이와 반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설비의 가동은 중단하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일본인 고급인력도 동남아 현지인으로 교체하고
있다.

동남아 경제가 다시 살아날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수 없다.

그러나 화폐가치가 폭락한 이점을 활용하면 오히려 더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게 일본기업들의 분석이다.

NEC는 최근 싱가포르에 반도체 테스트및 조립설비를 증설하는데 총
1억8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복합화이버업체인 도레이가 2억6천만달러, 니혼전기유리가
4천만달러를 각각 투자해 새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필리핀에서는 NEC가 8천만달러를 들여 직원 7백50명 규모의 새 전자부품공장
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NEC와 후지쓰는 또 컴퓨터부품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공장을 필리핀에 각각
세운다.

전기전자업체뿐만 아니다.

혼다자동차는 지난 3월 1억달러를 투자해 자금난을 겪고 있던 태국 합작사
의 지분을 거의 다 사들였다.

일본 국내설비나 미국 등지의 조인트벤처는 거꾸로 철수시키고 있다.

쇼와알루미늄은 올 가을 필리핀에서 생산하는 냉장고부품을 종전의 두배인
매월 10만개이상으로 늘리는 반면 일본내 조립라인은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아사히테크는 태국 조인트벤처사의 지분을 늘리기로
결정한 바로 그날 미국의 조인트벤처를 철수시켰다.

일본 기업들은 이같은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미주나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지역의 상황이 나빠져 탈출구는 오로지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수출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일본계 공장은 매년 7백억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일본기업들의 수출확대는 결국 미국의 수입증가로 이어지고 미국
제조업체들에 타격을 줄게 뻔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무역분쟁의 불씨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게 일본기업들의 인식이다.

아시아 투자가 리스크가 큰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위기속에서도 새로운
이윤을 찾아 나서는 일본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이 볼만하다.

< 장규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