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로 예정됐던 정책토론회를 돌연
무기연기했다.

보고서 보완작업을 위해 일정 연기가 불가피했다는게 KDI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유는 딴데 있다.

재경부가 토론회 개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토론회주제는 요즘 관심사항인 은행과 기업구조조정.

이진순 신임원장과 연구진이 1달간의 산고끝에 내놓는 구조조정종합대책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DJ노믹스"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신정부 경제정책의
마스터플랜은 물론 구체적인 액션플랜까지 담고 있다.

14일 열린 경제대책조정회의와 맞물려 재경부는 KDI가 앞서 나가는 모습이
마뜩치 않은 모양이다.

보고서 내용도 재경부 입맛에 맞지 않았을게다.

실제 상당 부분이 재경부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구결과가 정부의 입맛에 맞춰 여과조정되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일까.

이런 풍토에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부처의 하녀에 다름 아니다.

정부정책을 개발하고 비판,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국책연구소의 경우
더욱 그렇다.

KDI로서는 예산권이란 칼자루를 쥔 재경부의 눈치를 간과하긴 어려웠을게다.

그러나 국책연구소가 부처의 악세서리로 전락한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역설한 21세기 지식강국은 요원할 뿐이다.

이번 정부출연 연구기관 수술이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유병연 < 경제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