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후 흐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국가 증시의 기상도가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쾌청했던 아시아 증시에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1.4분기중 아시아 각국의 증시는 대부분 활황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중 각국의 평균 주가상승율을 보면 인도네시아 35%, 한국 28%,
태국 23%, 말레이시아 23%, 필리핀 20% 등이다.

그러나 2.4분기에는 이런 강세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주가가 과대평가 돼있다는게 그 근거다.

최근 SBC워버그가 내놓은 "아시아 각국의 증시평가"의 내용도 그렇다.

SBC워버그는 이 분석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향후 2년간 수익전망을 근거로
산출한 적정주가와 지난 3월27일의 주가를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 대만 싱가포르만이 적정수준이거나 약간 저평가돼 있고
나머지는 모두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 모건 그렌펠의 이코노미스트인 폴린 게이틀리가 분석한 결과는
이보다 더 심하다.

게이틀리는 "에드워드-벨-올슨모델"을 응용해 분석한 결과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평균주가는 적정주가의 5배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에드워드-벨-올슨모델은 1주당 예상수익과 비용을 비교해 주가가
적정수준인 지를 판별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아시아주식이 과대평가된 요인을 대략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상당수의 투자가들이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해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주식에 투자했다기보다는 환차익을 겨냥해 통화에 투자한
셈이다.

둘째로는 지난해 주가하락을 예상해 대주매도(대주매도.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했던 투자가들이 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을 든다.

끝으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통화공급을 늘려 유동성이 풍족해
진 점도 아시아 증시의 과대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된다.

물론 이같은 "아시아증시 과대평가설"과는 달리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홍콩소재 헷지펀드인 소파에르 캐피탈 매니지먼드의 펀드매니저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아시아 기업들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낙관론을 제시한다.

이처럼 낙관론과 비관론이 겹치는데 대해 베어링 어세트 매니지먼트의
분석가 키엠 도는 "아시아 주식을 사려면 최소한 3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임혁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