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에서 진두지휘형으로" "하드중심에서 소프트중심으로"

일본 산업계가 톱 경영자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고 있다.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종전에는 기획이나 관리등 소위 힘있고 화려한 부문출신이 주목을
받았다면 지금은 현장경험이 풍부한 영업통이 떠오르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진두지휘형"이 필요한
까닭에서다.

물론 경기부진을 정면으로 뚫어보자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다.

또하나의 특징은 그동안 비주류로 간주되던 소프트및 서비스분야 출신들이
대거 톱 경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첨단산업 중심으로 기업구조가 급속히 재편되면서 전문가적 식견이
요구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섬유회사인 가네보의 차기사장에 내정된 호아시전무는 정통 영업맨
출신이다.

기획분야등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들이 사장직에 올랐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하면 의외의 발탁인사라는 평.

호아시 차기사장은 사장을 하면서 영업본부장도 겸직하게 된다.

부실채권처리로 지난 회계연도에 1천5백억엔의 손실을 입은 이토추는
지난 1일 니와 부사장을 새 사장으로 임명했다.

니와 신임사장도 관리라인이 아닌 영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항공(JAL)의 가네코 신임사장도 기획통이 주류를 이루던 회사내에서
줄곧 노무분야에서만 일해온 이분야의 베테랑.

물론 대규모 인원정리등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수행할 최적임자로 인정받은
결과이다.

후지쓰의 신임사장으로 내정된 아키쿠사 전무는 소프트웨어 분야인
시스템엔지니어(SE)출신.

하드부문 출신이 주류를 이뤘던 후지쓰내에서는 예상밖의 파격인사였다.

그는 이른바 비주류로 분류됐던 소프트와 서비스부문에서만 줄곧
일해왔다.

후지쓰의 라이벌인 일본IBM도 최근 SE출신인 기타시로 부사장을
신임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외국계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제서야 일본에서도
소프트지향의 경영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 사장으로 발탁된 다니구치 전무도 방위 우주산업부문에서
일해온 사내 비주류 출신이다.

역대사장이 대부분 걸어온 반도체 정보 중전기 부문의 경험은 전혀 없다.

일본산업계는 이같은 경영인맥 교체바람을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신진 인사들의 대부분이 종전처럼 군림하는 형이 아니라 앞장서서
총대를 메는 형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영자의 천국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막강하게
보장해왔던 일본이었지만 이제 이 전통 역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경영자의 권한과 위상이 모두 급변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