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금리인하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연리 25~30%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빨리 낮춰야 한다고 누구나
공감은 하면서도 환율안정이 우선이라는 IMF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여건이 무르익은 것 같다.

특히 최근 비교적 큰 폭의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 안팎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주요 자금운용처였던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가 지난달 20일이후
이달 11일까지 평균 2%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실세금리에 연동돼 있는 수신
금리도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이밖에 산업금융채권과 중소기업금융채권의 발행금리가 0.5%포인트,
0.4%포인트씩 내렸으며, 한국 대한 국민 등 서울소재 3대 투자신탁회사도
앞으로는 연간 20%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고수익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수신금리는 큰 폭으로 내리되 전반적인 금리인하에는
신중을 기한다는 정부입장을 지지한다.

지난번 일본 금융시장의 동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아직도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데 자칫 외국자본유출을 자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두가지 점에 유의해야 하는데 하나는 지나치게 금리인하를
서두른 나머지 금융시장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은행 신탁계정의 자금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상품으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하나는 아무리 시중금리가 떨어져도 은행창구가 풀리지 않으면 기업
자금난은 개선되지 않는 만큼 은행권에 운신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일부 은행들의 요구대로 일률적으로 8%로 BIS비율을 규제하지
말고 국제금융업무 비중이 작은 지방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담은행 등에는
4% 또는 6%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때맞춰 오는 5월15일 18억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제6차 자금인출
승인에 앞서 우리정부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오늘 서울에 온 IMF
분기협의단이 최근의 환율안정을 충분히 감안해 거시경제지표의 재조정뿐만
아니라 고금리해소에 대해서도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재정적자규모를 이미 합의한 국내총생산(GDP)의 0.8%에서 1.5~2%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집중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을 줄이자면 기업도산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시중
실세금리의 조속한 인하를 허용하는 것이 급하다.

즉 환율안정→금리하락→도산방지→실업 및 부실채권 예방→조달자금축소
→금리하락→경기호전→실업축소로 이어지도록 환율안정과 함께 금리하락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