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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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만 되면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버려진 장롱이 눈에 띈다.
"바꿀까 말까" 고민 끝에 들고 왔다 결국 내버린 것이다.
새집에는 너무 낡아 보이는가 하면 크기가 안맞아서다.
이사하면서 긁히고 부서져 못쓰게 된 경우도 있다.
"이사 세번에 성한 장롱 없다"는 말은 장롱이 얼마나 큰 짐인지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도 장롱은 오랫동안 혼수품 1호의 자리를 지켜왔다.
캐비닛에서 호마이카장과 자개장을 거쳐 하이그로시장과 원목장으로
유행이 바뀌었을 뿐이다.
장롱이 이처럼 필요악(?)이 된 것은 우리 주택에 마땅한 수납공간이
없는데다 일종의 과시용품으로 여겨진 때문인 듯하다.
아파트의 경우 안방에만 붙박이장을 설치하지 않은 것 또한 장롱을 그
집의 살림살이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생각한 까닭이 아니었나 싶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공동주택 건립시 붙박이장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소식은 상당히 신선하게 들린다.
대형폐가구의 처리비용을 줄이고 한해 9백여억원이나 되는 가구용 목재
수입을 감축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실시 초기에는 입주자가 원하지 않으면 설치비를 분양가에서 공제하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97년말 현재 공동주택은 아파트 4백45만6천가구, 연립 1백15만2천가구로
전체의 53%에 이른다.
단독주택은 4백58만7천가구로 43%, 다세대주택 등 기타 4%다.
신축주택의 90%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인 만큼 공동주택의 비율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에 붙박이장을 설치하면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무거운
장롱없이 홀가분하게 이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혼수비와 이사비가 적게 들 것도 자명하다.
때로 문짝만 바꿔 분위기를 일신할 수도 있다.
현재의 여닫이문 일변도에서 자바라나 미닫이식으로 다양한 형태를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시장규모 축소에 대한 가구업체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롱의 비효용성이 분명한 만큼 가구업체와 정부 모두 현명한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건강한 상식을 지니면 정부과 기업 모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불합리한 관행의 낡은 부스러기를 빨리 털어버려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
"바꿀까 말까" 고민 끝에 들고 왔다 결국 내버린 것이다.
새집에는 너무 낡아 보이는가 하면 크기가 안맞아서다.
이사하면서 긁히고 부서져 못쓰게 된 경우도 있다.
"이사 세번에 성한 장롱 없다"는 말은 장롱이 얼마나 큰 짐인지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도 장롱은 오랫동안 혼수품 1호의 자리를 지켜왔다.
캐비닛에서 호마이카장과 자개장을 거쳐 하이그로시장과 원목장으로
유행이 바뀌었을 뿐이다.
장롱이 이처럼 필요악(?)이 된 것은 우리 주택에 마땅한 수납공간이
없는데다 일종의 과시용품으로 여겨진 때문인 듯하다.
아파트의 경우 안방에만 붙박이장을 설치하지 않은 것 또한 장롱을 그
집의 살림살이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생각한 까닭이 아니었나 싶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공동주택 건립시 붙박이장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소식은 상당히 신선하게 들린다.
대형폐가구의 처리비용을 줄이고 한해 9백여억원이나 되는 가구용 목재
수입을 감축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실시 초기에는 입주자가 원하지 않으면 설치비를 분양가에서 공제하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97년말 현재 공동주택은 아파트 4백45만6천가구, 연립 1백15만2천가구로
전체의 53%에 이른다.
단독주택은 4백58만7천가구로 43%, 다세대주택 등 기타 4%다.
신축주택의 90%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인 만큼 공동주택의 비율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에 붙박이장을 설치하면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무거운
장롱없이 홀가분하게 이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혼수비와 이사비가 적게 들 것도 자명하다.
때로 문짝만 바꿔 분위기를 일신할 수도 있다.
현재의 여닫이문 일변도에서 자바라나 미닫이식으로 다양한 형태를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시장규모 축소에 대한 가구업체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롱의 비효용성이 분명한 만큼 가구업체와 정부 모두 현명한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건강한 상식을 지니면 정부과 기업 모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불합리한 관행의 낡은 부스러기를 빨리 털어버려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