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의해서 우량기업과 그렇지 않는 기업들의 운명이 갈리게 됐다.

또 우량한 중견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편 외국의 전문가들에
의해 경영이 대수술을 요구받게 된다.

정부가 도입키로한 부실기업판정위원회제도는 기업들의 사활을 가르는
일종의 심판대.

주요 채권은행들은 외부인사를 포함한 이 위원회를 구성, 기업이 스스로
생존할수 있는 기업인지, 곧 파산할 기업인지를 가려낸다.

생존가능한 기업에게는 구조조정기금의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그러나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대출회수 등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은행들이 부실대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부실기업판정을 꺼릴수도 있다.

그동안 기업에 끌려다니던 은행이 과감하게 결단할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 은행이 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기미가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회수하려는 역효과도 있을수 있다.

일단 회생불능기업으로 판정되면 과감한 청산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제도를 만들기는 쉽지만 운용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연구원의
고성수박사는 지적했다.

우량기업이지만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겪는 기업이라고 인정되면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산업은행 등이 각각 5조원씩 출자하는 주식투자기금과 부채구조조정기금
으로부터 지원을 받을수 있게 된다.

절반은 출자형태로 절반은 장기대출형태로 지원받는다.

그 대신에 IFC(국제금융공사)나 퀀텀펀드 등 외국의 전문가들로부터 강력한
경영감시를 받게 된다.

출자단계에서부터 국제적인 전문회계법인의 사전실사와 신용평가를 받는다.

회계도 투명해야 하고 부실한 자회사도 정리해야 한다.

또 사외이사도 파견받아 이사회를 대주주가 독점할수 없게 된다.

기타 방만한 부분이 있으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게 된다.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국제적인 룰을 따라야
한다.

재경부는 주식투자자금 5조원이면 제조업체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는데
필요한 증자자금의 30조원의 6분의 1 정도를 충당할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기금이 충분하지 않다.

정부는 10조원이상으로 기금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외국인들이 적극
참여할지가 불투명하다.

IBRD는 50억달러를 추가지원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머지는 기업들이 자산매각을 통해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 김성택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