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금융.기업 구조개혁촉진방안"에 대해
정부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에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시장원리에 맡겨 자율적으로 정리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쌍용증권의 스티브 마빈 조사담당이사는 "부실은행은 과감히 국영화하거나
폐쇄하는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은행이나 제일은행이 전형적인 예로 좀 더 일찍 처리방향을 잡아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구조조정방안이 때늦은 감이 있고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해외금융기관에 부실금융기관을 매각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마빈이사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 외국금융기관이 인수조건으로
한국정부가 이들 은행의 부채를 떠안아달라고 밝힌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영화할 경우 우선 생각할 수 있는게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
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동남아국가들도 너도나도 국채발행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해외금융시장에서 물량이 넘쳐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한국기업들의 막대한 국내외 부채는 금융부문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태풍의 눈"이라고 진단했다.

부채를 대폭 줄이지 않는한 구조조정의 한계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없어 어려움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자딘플레밍증권의 에드워드 캠벨 해리스 서울지점장은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그는 "시장원리에 맡겨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자연도태되도록 유도하는게
최선책"이라며 "정부가 강제합병에 나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제합병은 부작용을 부를게 뻔하다는 논리다.

부실금융기관과 우량금융기관간의 합병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시너지효과가 얼마만큼이나 생겨날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해리스지점장은 부실금융기관의 제3자매각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
했다.

대상이나 쌍용제지처럼 우량한 회사라야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 김홍열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