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펄프가 최종 부도처리됐다.

동해펄프는 14일 상업은행 서울역전지점에 돌아온어음 88억7천만원을 결제
하지 못해 부도를 냈으며 이번주중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다.

이 회사의 부도는 국제펄프가격하락과 환차손 금융비용과다로 수익성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국내유일의 표백화학펄프업체인 동해펄프는 국제시세에 연동, 펄프를
판매하고 있는데 국제가격이 손익분기점보다 1백달러가량 낮은 t당 4백달러
대를 유지하자 2년연속 큰 손실을 기록했었다.

96년 4백71억원, 작년엔 4백2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다.

동해펄프 대주주인 무림그룹(지분율 22.9%)과 한국제지(20%)측은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해펄프는 연산 40만t의 펄프를 생산, 국내수요량의 16.6%를 공급하며
외국 대형펄프업체들의 가격횡포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동해펄프의 부도는 국내 인쇄용지업체들의 원료및 경쟁력확보에 중장기적
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제지가 동해펄프로부터 10만7천t을 구매, 가장 많이 샀고
무림그룹이 9만7천t 계성그룹이 7만4천t을 구매했다.

한솔제지 신호제지 홍원제지 삼덕제지는 1만~3만t을 샀다.

이들 업체는 펄프가 공급과잉이라 당장 큰 타격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동해펄프 재기여부가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게
제지업계 분석이다.

외국의 대형 펄프업체들이 임의로 물량과 가격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제지경기가 호황국면에 접어들면 물량을 제때 구하지 못해
종이생산에 타격을 받을수도 있다.

3년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졌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해외시장개척으로 활로를 뚫고 있는 국내 인쇄용지
업체로선 수출에도 큰 차질을 받게 된다.

업계와 산업자원부 거래은행들은 이런 동해펄프의 위상을 인식, 다각적인
회생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가 많고 당장 갚을 능력이 없는 만큼 일단 법정관리를 받도록 한뒤
제지업계의 공동인수 등 회생방안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수 신무림제지사장은 "동해펄프의 부실규모가 커 특정업체 한두개가
살릴수는 없다"며 "인쇄용지업계가 경쟁력확보차원에서 연합해 살리는
방안만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해펄프의 부실이 국내제지산업의 부실로 연결된다는 점을 모든
업체들이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김낙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