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낙원상가 근처의 한 보라색 5층건물.

3층엔 작은간판이 하나 붙어있다.

간판엔 한나무라는 세글자만 적혀있다.

다른 글자나 표시는 전혀없다.

밖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곳인지 알수없다.

당연히 불특정 일반인에게는 영업을 안한다.

대신 주위소개로 찾아오는 단골만 상대한다.

간판에 신경을 쓰지않는 이유다.

한나무는 금 다이아몬드등을 파는 보석점.

단골만 상대하는데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20-30% 늘었다.

올들어 인접한 종로예지동 봉익동지역 1천여귀금속점포중 3백여곳이
불황으로 문닫은것을 감안하면 "기적적"이다.

"파격적인 서비스와 가격경쟁력, 신뢰".

이 점포가 불황속 호황을 누리는 비결이다.

구입한 다이아몬드 에머랄드 등 보석이 반지 등에서 빠져나가 분실했을때
구입기간에 관계없이 1백% 무료로 보상해줄 정도로 AS가 완벽하다.

박재환(39)사장은 "완벽한 서비스와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있으면
간판따윈 필요치않다"고 단언한다.

"영세점포들도 살길은 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백화점 빰치는 서비스와 할인점보다 싼가격을 무기로
오히려 매출이 크게느는 영세점포들이 있다.

일산의 SI가구, 용산전자상가의 미미전자, 종로5가의 해성주단, 충무로의
웨딩포인트 등이 주인공.

IMF로 인한 소비위축에다 대형할인업체들에 밀려 영세점포들이 무더기로
사라져가는 상황이기에 이들 소점포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이들 점포는 공통적으로 "대형=경쟁력"이라는 관념을 깨뜨리면서
소점포 특유의 강점을 활용, 급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산가구단지에 있는 SI가구.

고객의 결혼기념일 생일엔 빠짐없이 꽃다발을 보내면서 축하전화를 한다.

이점포 이순신(39)사장의 재산목록1호는 고객3백여명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

자체공장에서 생산하기때문에 가격도 시중보다 35%가량 싸다.

이덕분에 올들어 이가구단지내 1백20여점포중 절반이상이 무너졌지만
이점포만은 구입고객수가 25%가량 늘어날 정도로 호황이다.

용산전자상가에 위치한 미미전자.

올들어 매출이 30%가량 증가, 월평균 7천여만원을 벌고있다.

대기업의 재고품을 현금으로 대량구매,다른곳보다 30%이상 싸게파는 전략이
들어맞았다.

종로5가의 한복업체인 해성주단.

한복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무료로 다시 만들어준다.

저가로 한꺼번에 원단을 대량구입, 한복가격도 시중보다 30% 낮췄다.

이런 이유로 요즘도한달평균 1천만원이상 이익을 낸다.

결혼설계업체인 웨딩포인트.올들어 결혼관련업체마다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매출이 30% 늘었다.

<류성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