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급이상 간부사원 1천여명이 박제혁 사장이 공동법정관리인으로 선임
되지 않은데 항의, 사표를 냈고 노조원들이 법정관리인의 출근을 막으려
한다니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기아자동차 경영난을 우리는 다른 어떤 기업의 그것보다 더 가슴아프게
생각해왔다.
전문경영인체제인 기아가 잘돼야 다른 곳도 명실상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자연스럽게 유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 바로 그런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김선홍 회장을 퇴임시키면서 엄청난 시간을 소모하는
등 기아처리에 진통을 거듭했던 것도 따지고보면 기아자동차는 "특수한
위치"에 있고 국민들의 애정도 적잖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경위가 어쨌든 계속 지연된 기아처리가 한국기업과 은행, 종국적으로
경제전체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오늘의 외환위기가 기아사태에만 원인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단초의 하나가 된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기아문제는 자동차산업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기아관계자들도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기아내부인사가 공동법정관리인이 되지못했다고 해서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객관적인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법정관리인은 경영부실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제외하는 것이
상식이다.
여기서 기아자동차만은 예외여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기아 상부구조가 다른 기업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법정관리인을 둘 선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요한 경영행위에 대해 법원의 인가를 필요로 하는 법정관리는 그렇지
않아도 기민한 경영이 어려운데 법정관리인마저 둘을 뽑아야할 이유가 없다.
기아자동차 내부에서는 외부인사인 류종열 효성중공업부회장을 법정관리인
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제3자매각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옳은 분석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제3자매각에 대한 기아관계자들의 거부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집단행동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경영부실에 대한 임.직원의 책임은 기아의 경우 다른 부실기업에서 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부실기업 임.직원이 제3자인수 등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한마디 말을
못하는게 "상식"이라면, 기아는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기아 임.직원들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정부와 채권은행단 중심의 자동차
산업구조조정을 수용하고 협조하는 것이 옳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