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펀드 투자는 빚을 얻어 주식이나 채권을 산다는 점에서 큰 이득을
올리거나 반대로 완전히 망할 수도 있는 투기적 거래다.

투기 성향이 짙어 후유증이 심각할 수 밖에 없고 이번엔 검찰수사의 도마
에까지 올랐다.

국내증권사 영업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용융자거래"가 역외펀드 투자의
단순한 모델이다.

신용융자거래는 일반투자자들이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외상거래다.

예를들어 증권계좌에 1천만원이 들어있는 투자자가 증권회사에서 1천만원을
빌려 2천만원어치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주가가 10% 상승하면 일반거래자는 10%의 수익만 얻지만 신용투자자는 배인
20%를 얻을 수 있다.

주가 하락기가 문제다.

신용투자자의 손실폭은 일반인의 2배다.

현실적으로 손실액이 7백만원 정도로만 커져도 증권회사는 빌려준 돈
(1천만원)을 안전하게 확보하려고 계좌에 돈을 추가로 집어 넣어 줄 것을
요구한다.

고객이 넣지 않을 경우 증권회사가 직권으로 주식을 팔고 빌려준 돈
1천만원을 확보한다.

신용투자자는 투자 원금인 1천만원이 거의 전부 날아가고 빈털터리가 된다.

속칭 "깡통계좌"가 된 셈이다.

이 신용거래의 무대를 국제 자본시장으로 옮겨 확대한 것이 바로 역외펀드
운용이다.

역외펀드 운용에서 신용을 빌리는 일반투자자는 한국의 증권회사나 투신사
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JP모건 같은 국제적인 금융기관이다.

돈이 오가는 증권사 영업점이 해외의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와 아일랜드
로 바뀐다.

일반 신용거래와 달리 역외펀드 운용엔 "조연"이 필요하다.

외국 금융기관이 신용도를 문제 삼아 증권회사에 바로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중개역할을 할 국내은행이 필요하다.

국제 변호사들이 페이퍼 컴퍼니인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절차를 밟으면
펀드운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술 더떠 해외의 역외펀드가 다시 돈을 빌리는 주체가 되어 자펀드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연히 차입금이 투자원금의 보통 3배이상 되는 가공할만한 레버리지
(차입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모두 28개의 증권회사가 66개의 펀드와 23개의
자펀드를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원금은 모두 11억2백만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레버리지로 일으킨 차입금은 15억5백만달러(감사원 통계로는 20억8천만달러)
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외펀드들이 손댄 최대 투자종목은 한국증권이었다.

총투자규모의 68% 정도가 한국의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데 들어갔다.

다음으로 15% 정도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증시로, 6%가 러시아
증시로 갔다.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경제가 위기상황으로 빠지면서 대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증권감독원은 증권업계의 손실규모만 따져 1조1천3백억원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회사 전체가 작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총액의 1.4배나 되는 큰
손실이다.

증권감독원 검사국관계자는 손실액도 문제지만 증권회사 경영진이 내부적
으로 역외펀드 운용 실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차입금의 상환 만기가 언제 돌아오는지, 상환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 있는지에 대한 업무파악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증권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IMF라는 최악의 환경에 떨어진데다 국제업무 미숙과 허술한
내부통제로 제2의 SK증권 파문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다.

< 양홍모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