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요란한 구호에 비해 돼가는 모양새는
기대에 못미치는 것 같다.

새정부출범과 함께 단행된 정부조직개편은 부처 숫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그 기능은 달라진게 없고 일부 부처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컨대 같은 일을 하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이 분리된 것이라든지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의 업무가 중복되고 금융정책 관련기관이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 등 드러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여소야대국회의 심의과정에서 그렇게 됐다고는 하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다시 해서라도 잘못된 부문은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기획예산위의 첫 과제라 할 수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통폐합작업이 관련부처와 해당 연구기관의 반발로 순조롭지 못하다는
소식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정부개혁작업이 이런 추세로 가다간 용두사미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추진해야할 정부산하기관과 공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개혁이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

그 규모나 비능률의 정도가 중앙정부보다 훨씬 심하고, 따라서 개혁할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광범하기 때문이다.

국가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예산위원회는 지난 13일 현재 34위인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5년이내에 15위수준(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조사기준)
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오는 6월말까지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바 있다.

또 7월부터는 읍.면.동 폐지문제를 포함한 지방행정구조개편과 기능정비
작업에 착수하고 연내에 5~6개의 공기업을 민영화시키기 위해 국제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우리는 이런 계획들이 순조롭게 추진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조직을 줄이고 사람을 잘라내야 하는 일인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해당기관이나 조직의 반발도 거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과감하고 신속한 정부개혁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주도기관이
앞으로 닥쳐올 당해기관과 관련조직의 온갖 저항은 물론 사소한 부작용까지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다지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면 쓸모없는 휴지쪽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관 유형별로 개혁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확실하게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예외가 생기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가기 쉽다.

기획예산위는 최근 영국의 정부개혁작업을 주도했던 다이애나 골즈워디
여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정부개혁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한다.

정책집행기능의 민영화 등 과감한 대책이 강구될 것으로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외국의 성공사례를 참고는 하되 그대로 적용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