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돈이 아니라 희망이다"

IMF사태 이후 "정신적 공황"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평가되고 경제위기도 돈 문제만 해결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헝그리 정신"(찰스 핸디 저 노혜숙 역 생각의나무)과
"쓰레기통 옆에 넘어지더라도"(김진홍 저 두레시대)는 IMF터널을 벗어날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신적 재무장이 선결돼야
한다며 위기극복의 출발점이 왜 "희망"이어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들려
준다.

"헝그리 정신"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경제철학서.

저자는 영국 학술원 회장을 지낸 경제학자.

그는 서문 "희망이 없는 삶은 우울하다"에서 "물질적 성공만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며 "남과 더불어 사는 "올바른 이기주의(Proper Selfishness)"
의 지혜를 배우라"고 역설한다.

그는 전세계 실업률이 30%를 넘고 무역의 70%를 5백대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개인과 국가간의 빈부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현실과는 달리 사람들은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

그래서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정신의 빈곤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헝그리 정신이라는 설명이다.

IMF체제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며 무리한 확장욕구
에 사로잡힌 탓이다.

그는 끊임없이 "하나 더"를 추구해온 욕망에서 벗어나 "보다 더"의 질적
변화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충고한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 교육체제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쓰레기통 옆에 넘어지더라도"는 "희망의 경영학"을 강조해온 김진홍
목사의 살림경제 에세이.

농업공동체 두레마을을 일궈 "쓰레기 철학"과 "바닥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죽은 물고기와 산 물고기를 예로 들며 희망이 우리 삶을 얼마나 변화
시키는가를 일깨워 준다.

강물을 따라 허연 배를 드러내고 떠내려가는 죽은 물고기와 등을 꼿꼿이
세우고 힘차게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산 물고기.

발트해 연안의 핀란드와 에스토니아가 비슷한 환경에서 정반대의 길을
걷게된 것도 이같은 이치로 설명된다.

그는 "IMF 병"의 처방전을 위기의 경영학과 이노베이션 경영학, 토지경영학,
청지기경영학, 21세기 경영학 등으로 세분하고 온 국민이 희망의 거름으로
국난극복의 싹을 틔우자고 제의한다.

< 고두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