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보고 싶었던 사람을
옆에서 보듬을 수 있다는 것은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이들이 나의 좁은 가슴이라도 그리움을 받아주는 그릇이 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조그만 이유가 되지 않을까.

"보듬회"는 이런 마음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에 장애인복지심의관실이 신설되면서 초대심의관
강윤구국장과 김정희 새싹어린이집원장 등 20여명이 주축이 돼 충남
청양에서 발족됐다.

당시 우리는 모임의 성격을 직원단합과 현장을 통한 정책현실의 이해에
두었다.

사무실에서는 서로에 대한 정을 표현하기도 확인하기도 어려우므로
현장에서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다.

보듬회는 여느 자원봉사 모임과 달리 힘든 노동을 통해 장애인복지사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무릎까지 빠지는 논바닥에서 해질녘까지 낫처럼 휘어버린 허리를 펴기가
힘들었던 벼베기작업, 사람 키 세배나 되는 비닐하우스 꼭대기를 향해
하늘거리는 사다리에 체중을 의지하고 비닐을 걷어내던 일.

힘들고 아찔했던 순간속에서도 함께 의지하며 도왔던 정신지체 친구들.

그들이 옆에서 잡아주던 그 따뜻한 손이 마음으로 전해지지 않았던들, 우리
기억 속에 이렇게 소중하게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요즘은 심의관실 소속이 아닌 분들도 모임에 속속 참여하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보듬회 산파역을 하신 강윤구국장은 현재 복지부 공보관으로, 최영현
서기관은 제네바로 전근됐고 이성훈 전 사무관은 공직을 떠났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감싸안고 함께 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앞으로 복지부내 전 직원들이 보듬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김태섭
국장을 포함한 회원들의 조그만 소망이다.

사회가 소외된 자들을 껴안는데 인색할 때,보듬회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달려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

무릎을 꿇고 장애인에게 훈장을 전달했던 고건 전 서울시장처럼, 그들을
보듬기 위해 더욱 더 낮아져야 한다.

보듬회가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하는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