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용한 가족"이 25일 영화팬을 찾아간다.

조용하다는 제목과 달리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코믹잔혹극"이란
요란한 타이틀을 달고 왔다.

"조용한 가족"은 올해 우리영화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을 공포영화시리즈
중 첫 개봉작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초여름 개봉을 목표로 촬영중인 "여고괴담" "자귀모(자살한 귀신들의
모임)" "퇴마록" 등의 흥행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 영화의 소재는 인적이 드문 산장에서 일어나는 연쇄적인 죽음이다.

그러나 무섭고 잔혹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나간다.

감독은 단순 잔혹극보다는 "아담스 패밀리"식의 코믹하면서 괴기스런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려 했다.

영화는 명퇴가장 강대구(박인환) 일가가 산장을 개업하며 시작된다.

투숙객이 시체로 발견되고 흉흉한 소문이 번질 것을 두려워한 가족들이
시체를 암매장하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등산객 대학생 경찰 킬러까지 숙박하는 사람마다 죽어버린다.

투숙과 암매장이 반복되며 가족들은 어느덧 죽음에 익숙해지지만 폭우와
함께 비밀이 탄로될 위기에 처한다.

"조용한 가족"은 독특한 소재와 정광석 촬영감독의 안정감있는 화면,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등 호화배역이 곁들여져 눈길을 끌고있다.

"넘버3"의 아둔한 깡패두목 송강호도 약방의 감초격으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재담꾼"으로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능력은 다소 부족한것
같다.

재미있는 소재에 비해 에피소드가 다양하지 못하고, 사건의 인과관계를
밀도있게 풀어나가기 보다는 시체를 보여주는데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족의 숫자가 너무 많아 공포를 느껴야할 대상인 투숙객의 비중이
낮아진것도 영화의 정밀도를 해치는 요인이다.

공포감은 괴물이 실제로 나타났을때 보다는 나타날 수 있다는 개연성이
높을 때 증폭되는게 아닐까.

북구의 호러무비 "킹덤"의 성공 후 공포영화는 심야상영과 한배를 타왔다.

"조용한 가족" 역시 18일 밤 11시 서울(명보프라자), 부산(부산극장),
광주(태평극장) 세곳에서 심야상영으로 관객들을 먼저 만난다.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