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원 대표요"

"법원이나 정부나 다를게 뭐요"

"법원이 어떻게 정부요"

"..."

17일 오전 여의도 기아사옥 현관.

회사에 출근하겠다는 류종열 법정관리인과 안된다고 가로막는 노조와의
승강이가 이틀째 계속됐다.

류 관리인을 저지하던 한 노조원이 류 관리인의 지적에 말문이 막히자
다른 노조원이 마이크를 빼앗아들었다.

"류종열일 몰아내고 3자인수 박살내자"

쇠사슬로 몸을 묶은채 현관을 지키던 노조원들은 선창에 맞춰 관리인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노조의 주장은 기아를 공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한 진념 전 회장의 약속을
정부가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

제3자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다짐, 다시말해서 고용보장을 확약해야만
관리인이 들어올 수있도록 문을 열어주겠다는 얘기다.

고용보장 문제는 그러나 류 관리인이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는 법원이 기아의 정리계획을 짜고 법정관리를 진행하도록 선임한 인물일
뿐이다.

칼자루는 정부와 채권단의 손에 있다.

노조는 류 관리인의 출근을 막기에 앞서 무엇이 자신들에게 득이되는지
짚어봐야 한다.

관리인이 자신들의 편에 서서 방패막 역할을 해줄 수있도록 노조의 입장을
이해시키는게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기아의 앞날은 법정관리인이 작성하는 정리계획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법정관리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노조도 주장만 할것이 아니라 기아의 조직원으로써 책임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 하는게 노조에 실익이 될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

김정호 < 산업1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