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러 가기도 하고 살빼러 가기도 한다.

오르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등산기록을 남기는 것을 보람으로 삼기도
한다.

아니면 이끌려 가기도 한다.

특히 직장산악회 사람들은 자발적인 등산모임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로 산에
간다.

돌이켜 보면 신입사원시절 필자가 산행에 따라 나선 것은 선배들의 면면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갓 입사했을 때 하늘과도 같았던 부장님이 산에 가자고 권했으니 어찌
감히 따라 나서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무슨 이유를 짊어지고 오든 산에 들어서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포근해진다.

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리라.그러한 포근함으로 산에서 숱한 사연을
엮어 가고 있는 "대한상의산악회".

30년이라는 연륜을 자랑하지만 거창한 해외원정이나 암벽등반을 시도해
본 적도 없이 그저 하이킹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영원한 "초보산악회"다.

그러나 어찌 산이 정복하려는 자만의 것이랴.

그저 산에 가서 땀흘리고 밥먹고 나무냄새 물소리, 그리고 산밑에서 막걸리
한잔에 거나해지는 그 흥취만으로도 충분하지 아니한가.

그래도 80년대 한 때는 모두들 산사람이 돼 본답시고 민주지산, 두타산,
운달산, 가리왕산 등 애써 인적이 뜸한 산을 열심히 찾기도 했었다.

당시에는 젊은 직원도 많았고 앳된 여직원들도 제법 따라 갔으니
전세버스안에서나 산속에서의 분위기란 한껏 고조되기 마련이었다.

버스안에서는 왜 늘상 술이 부족했던지.

잔뜩 취하고도 산에 달라붙는 억척은 대단했다.

이제 당시의 대선비들은 사라지고 세상 모르던 신출내기들이 중년이 되고
중참들은 백색추억을 머리에 얹고 산행에 나선다.

모두 40이 넘었건만 아직도 어린 사람은 어리고, 선배는 선배로 남아 있으니
우리끼리는 조금도 나이가 먹지 않았다.

산악회는 1백명의 회원을 포용하고 있는 대한상의내 최대 서클이다.

지난 8일 운악산에서 가진 시산제에는 60명 이상이 참가했다.

앞으로 십수년뒤의 사진을 본다면 필자는 없고 홍안의 신참들은 중년이
되어있으리라.

그때가 되기전에 한 번이라도 더 산에서 얽혀야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