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계당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부동산 경기대책을 쏟아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시기나 적용대상 등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혼란스럽기만 할뿐 효과가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금경감을 노려 매도시기를 늦추거나 입주권전매를 고려한 나머지
중도금납입률이 더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시장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중도금대출 중단 및 금리급등
탓으로 거래가 얼어붙은 가운데 급매물을 중심으로 호가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값하락은 둘째치고 거래활성화가 더 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 세율인하 등도 좋지만 금리인하 중도금대출 재개 등
금융사정이 풀려야 한다.

특히 낙후된 주택금융체제 때문에 전세제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현실인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중도금을 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아파트분양을 해약하는 일까지 속출하는 등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서민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주택 2백만호 건설 등으로 비록 주택보급률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아직도 자기집을 갖지 못해 전세를 사는 가구수가 많으며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자가주택 소유율이 전국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40%대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말 IMF사태이후 전세값이 폭락하자 집을 옮기려는
세입자와 새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간에
분쟁이 급증해 이달 13일 현재 서울지방법원 임대차전담 재판부에 접수된
재판신청건수만 3백건이 넘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세부방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대책들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놓을 것이 아니라 묶여있는 전세거래를 풀 수 있는 주택금융대책
하나만이라도 서둘러 내놓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건교부에서 실직자나 직장 또는 학교를 옮기는
경우에 한해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주목된다.

또한 강남 등 일부지역에서는 아예 전세대신 월세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리는 건교부가 이번 기회에 전세금반환을 쉽게 할 뿐만 아니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전세금유동화제도를 적극 검토해주기를
제안한다.

이 제도는 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주택저당채권 유동화(모기지)제도와
비슷하지만 주택매매자금 대신 전세보증금을 대출해주는 것으로 채권만기
법제절차 원리금부담 등 여러가지 면에서 모기지제도보다 도입하기 쉽다.

전국적으로 수백만가구가 전세를 살고 있고 전세보증금만 수십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전세파동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는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