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기업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노사분규조짐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이들은 후진적인 노동관행이 외자유치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들은 특히 기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오노 루딩 시티코프 부회장은 한국기업의 노조문제가 기업구조조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17일 전망했다.

그는 이날 전경련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한국기업간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동일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합병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한국에서는 노조가 강해 합병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 국가홍보를 맡고 있는 버슨마스텔라의 존 본 국가재무부문 사장도
이날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법원이 선임한 류종열
법정관리인이 기아 노조원의 출근 저지로 정상적인 업무에 들어가지 못한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본 사장은 "월가를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과 언론들은 기아처리 문제가
사실상 새 정부의 기업개혁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 처리 문제가 외자유치 확대 여부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경고"다.

이스라엘 이스카사의 야코브 하파스 사장도 노조문제가 외자유치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중석의 초경합금부문을 인수하려고 가계약까지 맺었다가 이
회사 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협상을 중단했었다.

하파스사장은 "한국이 외자를 유치하려면 노사화합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기업을 인수해 봤지만 노사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의 노사관계도 국제적 기준에 맞게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스웨덴 볼보그룹 건설기계부문 트리그스베 스테헨회장은 지난
16일 산업자원부를 방문해 "노.사.정 합의에 따라 정리해고가 가능해졌으나
노동시장 유연성이 실제 확보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자본을 유치하려면 우선 한국의 노동시장부터 안정시켜야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크라이슬러 아시아.태평양지역 한찬 부사장은 "격렬한 노사분규
장면이 해외에 보도되면 겨우 대외신인도를 회복 중인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