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통신시장의 빗장을 앞당겨 풀고 대기업에 통신사업을 전면
허용키로 한 것은 국내 통신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오게 되겠지만
부실통신업체의 인수및 합병 등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17일 김대중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 중 현재 33%로
제한돼있는 통신업체 외국인 주식취득 한도를 내년 상반기 중 49%로 확대,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고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인 지분
한도를 연내 철폐하겠다는 내용은 IMF사태만 아니라면 국내 통신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중대사안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약속한 일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통신시장을
확대개방하는 셈이며 통신회사 지배구조도 오너체제를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진해서 외국인들에게 내줄 시장이라면 뭣하러 지금까지 그 고생을
하며 시장을 지키려 했었는지, 또 동일인 지분제한을 없앤다면 기업들이
통신사업권을 따기위해 왜 그토록 치열한 싸움을 해야 했었는지 허탈감을
느낄수도 있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가 지상명제가 돼버린 마당에 이같은
지분제한은 걸림돌일수 밖에 없고 또 대기업들이 주력기업까지 내놓는 판에
유독 통신회사에 대해서만은 몇%까지만 주식을 가질수 있다는 식의 제한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때 정부의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불러올 파장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통신시장의 대내외 개방은 불가피한 추세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준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2년씩이나 앞당겨 시장을 확대 개방키로 함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겪게될 당혹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외국통신사업자들의 서비스 기법 등 우수한 노하우를 익히고
기반기술의 개발에 주력해 하루빨리 경쟁력을 갖추는 길 밖에 없다.

나아가 우리가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통신기기및 시설부문에서
의욕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시장개방의 반대급부를 최대한 챙기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또 정보통신사업의 오너경영시대가 열림에 따라 오너없이 전문경영인체제나
컨소시엄형태로 운영되어온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등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한바탕 회오리가 예상되기도 한다.

정부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대기업들이 지분경쟁에 나설 힘이 어디
있겠느냐며 다소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보통신사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집념으로 보아 그렇게 가볍게 취급할 사안이 아니다.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막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이번 통신시장 개방확대 조치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동시에 정보통신산업이야말로 현 경제위기의 가장
확실한 탈출구라는 자각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