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태인을 음흉한 수전노, 피에
굶주린 비겁하고 악독한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당시 유태인들과의 관계에서 실제로 불유쾌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악평을 하게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가 이 작품을 쓰기 3백년전에 이미 유태인들은 영국에서 추방됐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접했던 것은 단지 그 시대에 팽배해 있던 유태인에 대한
고정관념 뿐이었다.

인간의 편견은 사회에 의해서 이처럼 의도적으로 촉진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성장에만 매달려 개개인의 삶의 질이나 사회보장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과거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심했다.

성한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다손 쳐도 취업은 생각조차 못했다.

그들에 대한 복지수준도 생계보조수당 몇푼쯤 주는 것에 머무르는 등
구호운동수준에 지나지않았다.

요즘은 승용차의 등록세 취득세 감면, 지하철 요금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딱지만 붙을뿐 실리가 거의 없는 탓으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등록조차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단체들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이 4백만여명(정부추산 1백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등록인원은 고작 48만여명뿐이라는 것이 이런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공공시설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휠체어 리프트, 장애인용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40%정도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IMF사태이후 장애인 우선고용제도 유명무실해져 올해는 지난해 취업한
4천여명의 6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은 우리를 한층 더 우울하게
한다.

오늘은 제18회 장애인의 날이다.

지금 세계는 장애인복지문제를 구호운동의 차원을 넘어 평등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아무리 나라의 경제가 어렵더라도 모두 편견을 버리고 열린 가슴으로
장애인을 대했으면 한다.

장애인들은 "마음의 장애인"을 제일 싫어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