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이 시대의 으뜸 화두다.

게다가 단순한 화두가 아니다.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자연법칙을 일깨줘 주고 있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설명이 힘든 자구책들이 속속 등장한다.

IMF는 지금 기업들에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그 현장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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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을지로 입구 두산빌딩 21층 대회의실.그룹 사장단회의가
열리는 자리였다.

회의를 주재하던 박용오 회장이 새 프로젝트 추진을 지시했다.

"일부 계열사에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내용이었다.

ERP는 경영자원을 통합.관리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경영기법.계열사
전체에 도입하려면 업무량이 엄청나다.

비용도 3백50억원이나 된다.

그래서 두산씨그램 두산정보통신을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대상도 우선 회계부문을 택했다.

투명성제고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두회사 프로젝트는 7월말 끝난다.

그러면 자금흐름이 한눈에 파악된다.

99년말까지 모든 계열사로 확대하고 분야도 넓히기로 했다.

이때엔 "자재구입 수주 생산 판매 회계등의 업무가 리얼타임으로 처리되고
시간대별 재고파악도 가능하다"(그룹 ERP팀 우기정 부장)는 설명이다.

경영의사는 실시간에 결정된다.

이른바 "리얼타임경영"인 셈이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리얼타임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빠른 것이 생명력"으로 인식되는 탓이다.

시장흐름과 소비자변화는 수요로 연결된다.

경쟁사보다 발빠른 행동이 가능해서다.

따라서 리얼타임경영은 수요까지 창출한다.

초테크 분테크등을 통해 코스트절약을 추구하는 "스피드경영"보다 앞선
개념이다.

삼성전관은 IMF한파를 "리얼타임경영"으로 피해가고 있다.

ERP시스템 가동시기는 지난해 5월.시행착오가 적잖았다.

가시적인 효과는 올해부터 나올 전망이다.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16%많은 3조6천억원으로 잡았다.

"돈벌 실력을 갖춘 만큼 목표달성은 문제없다"(송대관상무)며 자신만만
이다.

인력 감축효과는 이미 나타났다.

전산직원 1백60명중 40명을 아웃소싱하던 업무로 돌렸다.

오퍼레이터 26명중 23명을 영업지원에 투입했다.

다른 회사들도 리얼타임경영에 가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중 회계 자재 판매 생산에도 리얼타임 체제를 도입해
재고관리도 가능케 한다"(현대자동차 전산부 김영국차장)는 계획이다.

현재는 아산 울산 전주공장과 13개 출고하치장의 재고현황을 신속히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LG전자는 99년까지 리얼타임경영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작업중이다.

중견업체인 대웅제약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리얼타임경영에 나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식품업체인 풀무원, 반도체생산업체인 한국CTI,
문구업체인 모나미등도 속속 채비를 갖추고 있다.

물론 "리얼타임경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경우 엄청난 노력과 자금이 소요된다"(삼성경제연구소
노재범수석연구원) 삼성전관은 3년간 4백여억원을 쏟아 부었다.

LG전자는 6백억원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상황이나 업종특성을 무시하고 덤볐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임직원들의 정보화노력과 리얼타임경영에 모티브를 제공하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김재욱 고려대 경영학과교수)는 지적도 있다.

< 박기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