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12명의 공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닷새간의 일정으로 어제 개막된
98년도 재외공관장회의는 새정부들어 외교통상부가 통상외교를 포함한
대외관계를 총괄하게 된 이후 열린 첫 공관장회의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끈다.

특히 당면한 경제위기의 원인과 해법이 대부분 대외요인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계기로 재외공관의 역할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실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회의의 초점이 경제위기 극복에 맞춰져 있고 재외공관이 모든 업무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기업인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다짐하는 "기업활동
지원준칙"을 채택키로 한 것은 이번 회의의 성격과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냉전시대가 가고 세계가 경제전쟁에 휘말려 있는 현실에서 경제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지역주의의 기승 등으로 통상외교의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9일에도 미주 34개국이 남.북미를 묶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를
오는 2005년까지 창설키로 하는 "산티아고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대미주 통상전략도 수정 보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찍부터 선진 각국이 통상지원업무에 모든 외교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통상외교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경제위기 극복임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이들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재외공관을 수출확대와 투자유치
의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통상외교의 기능이 외교통상부로 일원화된
이상 우리의 재외공관은 정부 및 기업의 경제활동에 신속하고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충실한 지원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 나가있는 대사들은 스스로 세일즈맨이 돼야 하며
재외공관은 통상전략의 크고 작은 거점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재외공관에 붙어다니던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말끔히 털어버리고 공관원들은 수시로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 국제외환.자본시장 동향 등 지금까지 소홀했던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외교활동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6년에 시도했던 것처럼 공관장 외에 경제단체
관계자들과 기업인, 정부 관련부처 실무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확대재외공관장
회의의 부활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회의 중간에 재계대표초청 특별강연을 끼워넣는 형식으로 기업
일선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한다면 실질적 토의와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본다.

새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실리적 경제 통상외교는 백번 입으로 강조하는
것보다 일선 외교관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결연한 각오로 실천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칠 때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