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조사대상 46개국중 지난해보다 5단계나 떨어진 35위로 평가됐다는
소식에 대한 국내반응은 담담하기만 하다.

6.25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아 하루하루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에 급급한 마당에 순위추락은 당연하며 심지어는 국가경쟁력 운운하는
것조차 한가롭게 느껴질 처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순위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난해 동남아를 강타한 외환.금융
위기의 여파로 관련국가들의 순위가 크게 떨어진 점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올해 순위가 19위로 지난해보다 10단계나
추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국가의 순위가 몇단계 떨어졌느냐는 점이 아니다.

이 순위란게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질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평가인데다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자체도 실상은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기 때문에 굳이
순위의 높고 낮음이나 변동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관심거리는 국가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느냐와 변동원인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본의 순위추락 원인은 각각 34위 27위 23위를 기록한 국제화 정부부문
금융분야 등이 꼽힌다.

이들 부문의 한국순위는 다같이 일본을 경제발전의 모범으로 삼아온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교해도 떨어지는 46위 34위 45위로 바닥을 기고 있다.

더구나 이들 부문은 지난 3년동안 해마다 빠짐없이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으면서도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규제완화다, 금융개혁이다, 세계화다 요란스레 떠들어온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같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럽다.

한쪽에서는 개혁추진이 소리만 요란했기 때문이라고 보며, 다른 쪽에서는
거품이 빠져 우리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라고 판단한다.

아무튼 아무리 개혁이 어렵다 해도 우리경제의 생존이 위협받는 마당에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

남은 과제는 무엇을 얼마나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개혁하느냐는 것 뿐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대상은 이미 명시돼 있다.

해마다 지적돼온 국제화.금융.정부부문 등이 그것이다.

개혁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도 부질없는 일이다.

이들 부문의 개혁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보완적이며 어차피 시간도 없기
때문에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만큼 우리가 남보다 한발이라도 앞서
올바른 방향으로 변해야 향상된다.

IMF사태를 계기로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개혁지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루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자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정치력 발휘가 핵심이다.

총론에는 이의가 없지만 각자의 이해가 걸린 각론에 가면 딴소리가 나오게
마련인데 이 보고서가 이런 타성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