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계산에 들어가는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지만 6시50분쯤이면
여기저기서 용접불꽃이 튑니다.

야드의 전력사용량을 알리는 검침기의 바늘도 정상근무시간대 못지않게
올라가지요.

많은 사람이 그 시간에 이미 출근해 일을 하고있다는 얘기입니다"(이한상
대우중공업 총무이사)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가 달라졌다.

해마다 지금쯤이면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경찰병력의 대치로 전투장을 방불케하던 옥포조선소.

그 옥포 조선소에서 지금은 "일하는 소리"만 들린다.

한때 스트라이크의 대표적인 로케이션장 역할을 했던 900t짜리 골리앗
크레인도 선체블록을 옮겨 놓느라 쉴틈이 없다.

종업원들의 밝은 표정, 깔끔하게 정리돼있는 야드,도크로 차고앉아 마무리
작업을 기다리고있는 크고작은 선박 등...

옥포조선소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도 IMF(국제통화기금)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없다.

이한상 이사는 "생산직 평균임금이 월2백30만원에 달하고 해고도 없다"며
"근로자들이 회사일을 내일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에 IMF한파를 넘는 것은
그리 어렵지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 옥포조선소가 이렇게 바뀌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89년 조선합리화법 폐지이후 조선업체간 대규모 도크 증설경쟁이 붙었을 때
대우는 그보다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근로의식을 바꾸기 위한 89-92년중의 "희망 90S"운동과 지난96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희망2000운동"이 대표적이다.

생산성을 일본기업수준으로 올리자는 희망 2000운동도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옥포조선소의 생산성은 50만 맨아우어대(man/hour)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일본의 생산성수준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얘기입니다"(신영균
대우중공업사장)

이때 맨아우어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1척 건조하는데 투입되는
인력을 뜻한다.

1백만 맨아우어를 운운하던 때가 불과 4, 5년전인데 그때보다 생산성이
2배로 높아졌다.

미쓰비시에 비해서는 아직도 10만-15만 정도 뒤져있지만 스미토모나 미쓰이
가와사키 등과는 이제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신사장은 설명했다.

현재 옥포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년치.

상선은 65척분, 플랜트는 39기분, 특수선은 9척이 남아 있다.

도크에서 작업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있어 무작정 수주만 해놓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그런데도 올해 열심히 수주를 위해 뛸 수 있는 것은 생산성이 높아진
덕이다.

"빨리 건조를 하면 그만큼 더 수주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이인성 상무)

IMF이후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수주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생산성과 품질이 선주들을 감동시킬 것으로 것으로
옥포조선소의 노사는 믿고 있다.

올해 잡아놓은 31억달러의 수주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옥포=채자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