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질문에 대해 캐나다의 유력 일간지 글로브 앤드 매일은 한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정서와 관료주의 두가지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이 신문은 최근 분석기사이어서 "한국은"공식적"으로는 외국 자본과 상품을
환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에 대한 반감과 행정절차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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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최근 경제자문그룹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한국을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목표는 말처럼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을것 같다.

새 정부는 외환규제를 자유화하고 외국인 투자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발표
했지만 한국의 수입업자들은 계속 심각한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장벽 속엔 오랜 반외국 정서와 끝없는 관료주의가 고착화 돼있다.

외국에 대한 반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경우가 바로 외제 자동차에 대한
태도다.

외제차는 달걀세례를 받는가 하면 긁히기도 한다.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이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주유소나 주차장에서
서비스를 거절당하기도 한다.

외제 화장품의 경우도 비슷하다.

"만약 당신이 외국인 투자가라면 당신네 제품을 사지는 않으면서 당신에게
물건을 팔기만 하려는 나라에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한 자동차 수입업자는 이렇게 물었다.

그의 이같은 반문은 오늘날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잘 대변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회사들은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 경제를 망쳐
놓았으며 이제는 한국의 경제난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한국민들사이에 팽배해 있어 난처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대상그룹으로부터 비료회사를 인수한 BASF코리아의 아드리엔 폰
멘거렌 사장은 한국정부가 "무제한 국제경쟁"을 조장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외국 편견이 여전히 깊다고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의 관료주의 역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큰 요인이다.

미국의 다우 코닝사는 작년에 약 20억달러가 소요되는 실리콘 공장을
한국에 세울 계획이었으나 돌연 취소해 버렸다.

한국에서는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되는 일이 없다고 푸념했다.

누구와 상의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결국 한국 대신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한국은 자유화쪽으로 일대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고 외국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일부 외국자본은 한국의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에 비해 직접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해묵은 외국인혐오증이 차츰 사라지고 있으며 개혁 이외의 다른
돌파구가 없음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확신시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개혁의 속도를 둘러싼 논쟁만 벌이고 있다.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해야 한다.

변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한국이
약속한 개방조치들이 얼마나 착실히 이행되는지를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 벤쿠버=정평국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