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시장을 겨냥한 생산거점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륙별 생산기지를 현지화한다는 본사전략의
하나다.
이 지점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오직 하나.
철통같이 닫힌 동유럽시장을 광케이블로 뚫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시스템과 단말기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삼성이 체코체신청(SPT) 광케이블사업을 처음 수주한 것은 지난 95년2월.
이 사업을 따낸 주인공은 이정근 지점장이다.
당시 구미공장에 근무하던 그는 세계 입찰정보지를 훑어보다 체코정부
관납공사 발주건에서 눈길이 멎었다.
입찰서류를 챙겨 체코에 왔다.
물론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다.
"이미 입지를 굳히고 있던 루슨트테크놀러지는 우리보다 20%나 높은
가격을 써냈죠. 그나마 어느 입본업체가 우리와 거의 비슷한 값을 부른 덕에
본사로부터 야단맞는 것은 겨우 피했습니다"
쟁쟁한 루슨트와 알카텔 지멘스 등을 모두 제쳤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SPT에서 걸고 넘어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회사"라는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내막은 루슨트에 주려
했다는 후문.
SPT는 "억지"가 안통하자 "생떼"까지 썼다.
기능사항 등을 묻는 40개 질문에 대한 답안을 24시간안에 보내라는 것.
이 지점장은 밤새 "문제를 풀어" 마감 2시간전에야 팩스로 송고했다.
또다른 문제가 터졌다.
납품기간 3개월을 1개월로 줄여달라는 것.
어쩔수가 없었다.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수밖에.
한 드럼에 6천~7천달러인 제품을 6천달러씩을 들여가며 비행기로 날랐다.
그렇게 비행기로 보내기를 96년 3차 낙찰분까지 계속했다.
삼성은 95년 3천km, 96년2월 3천8백km, 같은해 7월 1만km, 작년 7월
7천km의 광케이블을 수주했다.
"끈덕지게 공들인 결과 4차분은 경쟁입찰이 아닌 단독계약을 맺었고
그것도 루슨트보다 높은 가격이었다"는 그는 "SPT의 이동통신사업 독점권이
끝나는 오는 2000년이면 CDMA단말기와 무선가입자망(WLL)사업에 적극 뛰어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케이블 덕분에 지난 1월 프라하지점장으로 발령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