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첫회가 나간 SBS 월화드라마 "바람의 노래"(극본 최현경 연출
공영화)주인공 선주(신은경)는 홀아버지를 모시면서 호텔메이드로 자신의
삶은 이뤄가는 인물이다.

선주의 어머니는 병으로 일찍 죽어 처음부터 배역에서 빠졌다.

선주에겐 형제도 없다.

어린 시절부터 선주와 남매처럼 가깝게 지내온 인규(감우성)도 부모가
사고로 세상을 뜬다.

인규 역시 외아들이다.

인규의 친구인 도균(이창훈)에게는 형(정선일)이 있지만 그도 4회만에 죽는
것으로 처리돼 화면에서 사라진다.

등장인물들이 왜 이렇게 하나같이 고아 편부.편모슬하 아니면 외아들.
딸일까.

IMF한파로 배역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다.

제작비를 아껴야 한다는 현실이 드라마 주역들로부터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을 빼앗아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람의 노래"와 같은 시간대에 MBC에서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세상끝까지"의 주인공 서희(김희선)역시 고아다.

서희 곁을 지키는 세준(류시원)에겐 아버지가 없다.

SBS "내 마음을 뺏어봐"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서 부모님을 모두 잃은 석찬(박신양)은 어머니가 없는 예린(김남주)의
집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촬영 스탭들까지 엑스트라로 동원하는 마당에 주요 배역 하나 줄이는게
어디냐"는 것이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말이다.

극 흐름에 큰 지장이 없다면 일부 배역을 생략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방송사 재정이 어렵다고 해서 드라마 주인공들을 한결같이
"결손가정"출신으로 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작비를 줄이기위해 인위적으로 배역을 조정하다보면 극흐름이 바뀌고
자칫 완성도가 떨어질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질높은 드라마를 볼수있는 시청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라는 것이다.

굳이 완성도를 따지지 않는다해도 부모 형제없는 드라마 주인공들을
지켜봐야하는 시청자들의 심정이 편할리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시청자들은 가슴을 펴주는 넉넉하고 편안한 드라마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 박해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