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움직임에 따라 동아시아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엔화와 동아시아 주가의 동조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엔화가치가 올라가면 일본뿐 아니라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의 주가도
강세를 나타낸다.

반면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각국의 주가도 금방 약세로 돌아선다.

각국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서로 다름에도 주가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동아시아 각국 주가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연초 상승내지 보합을 유지하던 각국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
26일.

엔달러 환율이 1백30엔대를 돌파하면서 부터다.

4월1일의 일본 외환거래 전면자유화를 앞두고 엔화불안을 의식한 미국 및
유럽계 펀드가 주식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엔화가 한때 1백35엔을 넘어서는 등 엔화불안이 가중된 4월6~7일까지 각국
주가는 연일 하락했다.

한국이 15%이상 떨어진 것을 비롯, 홍콩 일본 싱가포르의 주가도 10%가까이
하락했다.

주가 움직임이 바뀐 것은 7일.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 다시 1백27엔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G7재무장관 회담에서 강력한 엔저방지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것이다.

각국 주가도 5~10%정도 회복했다.

그러나 14일께부터 다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G7회담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엔화가 1백32엔까지 치달은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엔환율이 동아시아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변수로 떠오른 것은 미국
및 유럽계 리저널 펀드의 투자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우증권 홍콩현지법인의 조은성 대표는 "피델리티 메릴린치드래곤
얼라이드던바 등 굵직굵직한 리저널 펀드는 엔환율에 따라 자금을
투입하거나 회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리저널 펀드를 포함, 외국인들은 98년들어 한국증시 싯가총액의
20%이상을 보유하는 등 아시아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로 떠올랐다.

이들의 움직임이 곧 주가움직임과 직결되는 셈이다.

이에따라 한국의 향후 주가도 이러한 동아시아 주가 흐름내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내에서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돼 재료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국내
경제상황보다는 환율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국내투자자들도
알아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