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첼로의 명상적 음색과 표현력을 최고로
드러낼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18세기초 작곡된 이작품은 바흐 사후 잊혀졌으나 20세기초 파블로 카잘스의
첫연주를 계기로 "첼리스트의 성서"가 됐다.

장 막스 클레망은 이 곡의 연주에 도전해 명반을 남긴 첼리스트중 하나다.

그의 이름은 그러나 낯설다.

그의 녹음이 그동안 한번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탓이다.

그가 연주한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담은 음반이 폴리그램 데카레이블로
나와 관심을 끈다.

이 음반은 59년 당시 데카의 고음악 전문레이블인 르와조 리르로 시판된
녹음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데카본사 음반보존고에서 발견돼 40여년만에 빛을 보게됐다.

그는 이 녹음에서 보다 깊고 넓은 바흐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2년뒤 지방순회연주 도중 생을 마감한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았을까.

거장의 관조적 음색이 거칠면서도 묵직한 현의 질감에 가득 묻어있다.

제1곡 전주곡은 음표 하나하나를 꼬집어가며 느리게 시작해 다소 낯선
편이다.

그러나 이내 본래의 속도로 돌아와 긋는 현은 "음의 건축물"로 표현되는
바흐음악의 본질을 속속들이 헤집고 있다.

"암시에 지나지 않는 악보를 뛰어넘어 음을 변화시키고 재창조해야한다"는
그의 지론이 잘 드러나 있는 음반이다.

< 김재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