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초대 총재 선임을 둘러싸고 네덜란드와 프랑스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두나라는 상대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20일 르몽드지와 가진 회견에서 양측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네덜란드측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앞서 지난 16일 빔 콕 네덜란드 총리도 프랑스가 내세운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네덜란드는 ECB 총재 후보로 빔 자국출신의 뒤젠베르그 유럽통화기구(EMI)
총재를 강력히 밀고 있다.

뒤젠베르그가 ECB의 전신이라고도 할수있는 EMI 총재를 맡아왔으므로
업무의 영속성을 위해서도 그가 좋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여기에는 독일등 상당수 회원국들도 지지의사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가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뒤젠베르그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프랑스가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후보로 내세우면서 회원국간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ECB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세워지기때문에 총재자리는 당연히
독일계의 영향이 배제된 프랑스의 몫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먹혀들지 않자 최근 총재 임기분할론까지
들고나와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조스팽 총리는 ECB 총재의 8년 임기를 두 후보가 절반씩 나눠갖는 안을
제시하면서 기어이 자국출신을 ECB총재로 밀어넣으려 하고있다.

그러나 헬무트 콜 독일총리등이 임기분할론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일축하며 여전히 뒤젠베르그를 지지하고있다.

뒤젠베르그 자신도 "중앙은행 총재자리를 나누어먹기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매우 나쁜 전례를 남기게될 것"이라며 반발하고있다.

유럽의회의 앨런 도넬리 의원등은 유럽 지도자들이 뒤젠베르그를
지지하지 않을 경우 ECB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며 프랑스를
비난하고 있다.

도넬리의원은 "유럽의회는 중앙은행 문제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있지는
않지만 두 후보가 임기를 나눠가질 경우 의회는 이를 환영하지 않을 것"
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르면 EU정상들은 ECB 집행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유럽의회의 의견을 묻도록 돼있다.

한편 ECB 총재는 다음달 2일과 3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확정발표될 것이라고 20일 콜 총리가 확인했다.

오는 7월1일 출범하는 ECB는 유럽단일통화(유러)가입국들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게 된다.

(김수찬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