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직개편이 진통을 겪고 있다.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한은집행부와 금융통화위원회, 재정경제부간 미묘한
감정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1일 오전 11시 본회의를 열고 조직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회의자체를 23일로 연기했다.

이날 아침 한은노조가 노조와 협의대상인 조직개편안을 협의없이
처리하려는 것은 무효라고 항의하자 연기했다는게 금통위 설명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복잡하다.

금통위에 열석발언권을 가진 재경부는 지난 20일오후 늦게 금통위로부터
조직개편안을 전달받고 의결 이틀전에 의안을 전달하도록 돼 있는 규정에
어긋난다고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임명당시부터 재경부로부터 음양으로 지원받은 금통위원으로선 재경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은집행부도 금통위가 마련한 조직개편안에 반대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집행부는 당초 본점조직을 16개(2실1연구소포함)에서 14개(2실포함)로
줄이고 포항 강릉 목포 울산지점을 사무소로 격하시키는 걸 골자로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금통위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은 집행부의견과 반대였다.

금통위는 국내지점폐쇄는 아예 물건너간 것으로 취급했다.

대신 "외부 시각"을 의식, 본점조직을 16개부에서 11개부로 줄이도록 했다.

구체적으론 조사 제1,2부와 금융경제연구소를 조사부로 통합토록 했다.

또 기획부 문서부홍보부를 종합기획부로 합치도록 했다.

아울러 명예퇴직을 통해 한은직원을 현재 2천8백명에서 2천4백명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 안을 받아든 집행간부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한은 조직축소의 관건은 국내지점축소인데도 금통위가 정치권을 의식,
필요불가결한 본점조직만 지나치게 줄이기로 했다는 지적이다.

금통위와 집행부가 오는 23일 어떻게 의견을 조율, 조직개편안을 확정짓고
역학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주목된다.

<하영춘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