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의료보험료가 크게 올랐으나 일부 지자체는 지역의료보험조합
재정이 거의 바닥났는데도 이를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오는 6월 4일 실시될 지방선거를 의식한데다 오는 10월부터 의보조직
이 통합돼 "내돈" "네돈"이 없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지역이기주의가
작용한 결과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초까지 전국 2백27개 조합의
45.5%인 92개 조합이 의보료를 평균 13.7% 인상했다.

지난해 인상률 15.2%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합이 부담해야할 진료비 부담
(급여비)이 25%이상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이 25.5%로 가장 많이 올렸고 <>인천 19.9% <>울산 19.5% <>경북 17.6%
<>서울 16.8% 등이다.

그러나 유독 광주 전남 제주지역은 아직까지 보험료 인상에 관심이 없고
전북도 시지역만 10.8% 올렸을뿐 군지역은 인상을 삼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인상안을 제출하라고 독려해도 "마이동풍"이다.

문제는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재정상황이 불량, 당장 의보료를
올려야 한다는데 있다.

지난해말 기준 광주의 적립충당금(보험료를 아껴쓰고 모아둔 돈)은 월평균
진료비지출액의 3.2개월분에 불과하다.

만약 올해 보험료를 대폭 올리지 않을 경우 올해말 적립월수는 0.9개월로
떨어져 사실상 부도상태로 몰리게 된다.

지난해말 각각 2.6개월,1.6개월으로 전국평균치(3.4개월)를 밑돈 전남과
전북도 연말에는 각각 2.2개월, 1개월로 하락할 수 있다.

지역주민에게만 생색을 내기 위한 보험료 동결로 특정지역에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통합이후 직장조합및 다른 지역의보재정에서 안을수
밖에 없다.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인상된 보험료를 납부한 다른 지역주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전지역의보조합도 인상안을 대전시에 냈다가 이를
반려하자 복지부에 직접 제출, 뒤늦게나마 승인을 받았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적립금이 월평균 보험급여의 2.4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재정이
취약한 서울 중랑구는 31.06%를 올려 현재까지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적립월수가 2.2개월인 구로구도 30% 인상, 책임전가주의에 물든 일부
시.도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최승욱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