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0일 부산에서 고위당국자로는 처음으로
지자체의 파산 가능성을 공개경고하며 긴축재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 했다고 본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경제여건에도 아랑곳 없이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의 선심성 예산지출 및 공약남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3년만에 다시 선거를 맞아 지방자치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구구하지만 적어도 재정문제 만큼은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말 현재 전국 16개 시도 총채무는 3년전에 비해 7조6천6백29억원
이나 늘어난 23조1천3백57억원으로 그동안 5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총외채규모가 26억달러를 넘고 환차손만 1천억원이 웃도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이같은 재정악화를 지자체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재정자립도가 형편없이 낮은 곳이 많은데다, 극심한 불황으로
주요 지방공단의 제조업가동률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지역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진 탓이 크다.

게다가 올해는 중앙정부도 세수감소때문에 지원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지방교부세 지방양여금 국고보조금 등 1조5천3백82억원의
지원금이 줄고, 취득세 등록세 등 자체수입이 1조9천5백4억원 감소하는
등 모두 3조4천8백86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재정 파탄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더 긴 미국이나 일본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뉴욕시나 워싱턴시 같은 미국의 대도시들은 이미 오래전에 파산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또한 몇년 전에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선물거래에서 엄청난
손해를 봐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지자체들도 96년 8조6천억엔, 지난해 5조9천억엔
등 해마다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내고 있으며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는 사실상 파산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파산상태를 면하고 나아가 재정자립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이월금전용 자산매각 채권발행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임시방편일뿐
이다.

우선 급한대로 선심성 예산을 삭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효과가 크지 않은
사업들은 연기 또는 취소하며 불필요한 행정조직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이밖에 중앙정부가 미리 예산절감 목표를 제시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고려할만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일은 국내외 기업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고용 및 산업생산을 늘림으로써 세수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한때 곤경에 빠졌던 선진국 지자체들도 같은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난
사례가 많다.

그러자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관리능력과 행정능력을 갖춘 유능하고
양심적인 사람을 지자체장으로 뽑아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