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위기는 문화적 결핍에서 비롯됐습니다. 사회 전체의 구조와
정신문화의 체질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소설가 유순하(55)씨가 우리 사회의 왜곡된 문화현실을 99개 항목으로
분석한 "한국 문화에 대한 체험적 의문 99"(한울)를 펴냈다.

93년 "한 몽상가의 여자론"이후 "기업론" "정치론" "페미니즘론"을 거쳐
"문화론"을 정리한 사회비평서다.

유씨는 이 책에서 "문화가 바뀌어야 경제위기 극복도 국가발전도 가능하다"
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꼭 바꿔야 할 고질적인 병폐를 "이기문화군"과 "허위문화군"
"허세문화군" "조급문화군" "트릿문화군" "모강문화군" "폭력문화군" 등으로
나눠 조목조목 꼬집는다.

"김대중대통령이 설령 경제를 살린다 해도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1년반안에 IMF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공약도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불행이므로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위기를 잘 넘겨야 해요"

그는 "IMF체제에 의해 추진중인 각분야 구조조정은 하드웨어에 불과하다"며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 힘은 소프트웨어인 문화와 사람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화란 깃털이나 곁다리가 아니라 몸통 그 자체이며 참된 문화야
말로 한국사회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혈로"라고 말했다.

< 고두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