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부담을 져야 하나.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간에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재정투입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DI는 향후 5년간 금융구조조정에만 67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실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흥청망청 쓴 돈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수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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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머뭇거리다가는 금융시장이 마비되고 기업연쇄부도의 태풍이 몰아쳐
산업기반이 붕괴된다며 정부가 과감하고 신속하게 나설 것을 재촉하고 있다.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지난해 47조원에서 올해 분기별로 14조원씩 추가로
발생, 정부가 지원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의 자기자본은 지난해말 2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줄어든다고 KDI는 추산했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여신을 줄일수밖에 없고 99년에는 금융권 총여신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급감, 금융공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약 재정이 나서지 않으면 일본처럼 8년간이나 장기불황에 빠져 허덕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발생한 부실인 만큼 누군가가 부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게 KDI의
주장이다.

KDI가 산출한 67조원은 부실채권정리에 19조8천억원, 은행증자에 17조원,
예금자 대지급금 19조8천억원 등으로 이자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올해와 내년에 18조원과 17조원이 들고 2000년부터는 10조원정도씩 든다.

이 자금으로 50조원어치의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은행증자에
10조원을 지원하며 나머지 10조원은 예금자 대지급에 사용한다는 계산.

67조원은 4백50조원으로 추정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6.4%.

또 올해 추경예산 74조원의 90%에 해당된다.

KDI는 금융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들도 모두 재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해결한 만큼 한국도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91년도 저축대부조합에 대량부실이 발생했을때 GDP의 3~5%를 투입
했다.

80년대말부터 은행파산등 금융위기를 겪은 핀란드는 91~93년에 GDP의 8%를
썼으며 94~95년중 멕시코도 GDP의 5~10%를 금융구조조정에 투입했다.

우리의 경우 GDP비중이 다소 높지만 재정의 대규모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연구원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처리에 드는 비용이 모두 63조원이며
이중 금융기관들이 자력으로 조달할수 있는 금액은 30조~35조원에 불과
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30조원 이상은 정부가 부담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