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제노트] (테마진단) '복합불황' .. 부동산값 하락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손재영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복합불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복합불황이란 말은 아직 과학적인 정의를 가지지 못한 매스컴 용어로,
    대체로 실물경제부문과 금융부문이 서로를 위축시키고 부실화하는 악순환
    속에서 경제의 모든 부문이 불황상태에 빠져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악순환구조가 형성되면 경제내 한 부문의 침체를 다른 부문들이
    보완하여 일으키기를 기대할 수 없고,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힘들다.

    그런데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사이에 형성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는
    부동산이기 쉽다.

    기업이 부실화되더라도 은행이 담보 부동산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기업부실이 직접적으로 은행부실로 연결되지 않는데 부동산 가격이
    지역과 유형을 가리지 않고 폭락한다면 기업부실이 곧바로 은행부실로 연결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80년대 하반기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중 많은 나라에서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대출→부동산 가격 거품의 형성→거품소멸에 의한
    가격폭락→부동산대출 회수불능→금융기관 부실화→실물경제의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현재의 부동산가격 하락현상이 복합불황의 전조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일본과 동남아 유럽의 여러 국가들, 북미 일부 지역들이 거의 동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급락,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문제를
    경험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부동산은 이동할 수 없는 속성으로 인해 국가간 교역이 불가능하며,
    그 거래와 소유에 대해 나라마다 매우 다른 제도와 관행이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의 부동산 경기변동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이런 동조현상을 설명하는 국제적인 요인은 무엇이며, 이 요인들이 국내적
    특수성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는 아직도 중요한 연구대상이지만,
    적어도 90년대초의 부동산 가격급락에 까지 이르는 부동산 경기변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있다.

    즉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던 일본의 자본이 국가간 자본이동의
    자유화라는 범세계적 추세속에서 동남아 유럽 북미 일부 도시에 대거 유입
    되었고, 금융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업무영역의 벽이 허물어지는 반면에
    마땅한 대출처가 줄어들던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대출을 적극 확대해 간 것이
    80년대 하반기의 부동산경기 상승국면에 대한 유력한 설명이다.

    1990~91년을 정점으로 하여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직간접 부동산 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은행이 부실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결과 일본의 자본유출은 막대한 자본유입으로 반전되었으며, 다른
    나라들의 부동산시장에서도 가격이 하락하고 금융기관이 부실화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부실대출에 허덕이는 금융기관들이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제의 침체가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와같은 경험은 국제간 자본이동 금융규제 부동산산업 및 자금조달 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정책과제를 던져준다.

    피상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현 경제상황이 다른 나라들의 90년대 초반
    경험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그 원인과 결과는 매우 다르다.

    첫째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서 80년대 하반기에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이
    주로 금융권에서 대출된 자금에 힘입었던 것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강력한
    여신규제 때문에 금융자금이 부동산 부문에 유입되기 힘들었다.

    둘째 외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그 감정가격 이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예가 많았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한 여유가 있다.

    토지의 경우 싯가의 80~90%정도인 공시지가의 70~80%정도를 담보가액으로
    쳐주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30~40%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대출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으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현재도 담보가액이 싯가를
    하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외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폭락을 원인으로 하여 금융권 부실이
    초래되었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대출의 부실화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을 진원지로 하는 복합불황은 아직
    논의하기 이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처방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비슷하다.

    즉, 부실채권의 담보로 잡혀있는 부동산들을 한시바삐 매각하여 대출액의
    일부나마 회수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본래역할을 회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금융이 발달해 있는 나라들에서는 부동산의 유동화를 위해
    다양한 금융기법, 예컨대 부동산담보부채권 발행, 부동산투자신탁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나, 우리나라는 부동산 부문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시행한 결과 거의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부동산 부문을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진 중요한 경제부문으로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금융제도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완생'을 요구하는 정치의 책임

      경력직 신입. 대한민국의 고용시장에서 가장 흔히 마주치는 표현이다. 고용하는 쪽은 고용되는 쪽을 가르칠 여유도, 실패를 감당할 여력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조직은 이미 완성된 사람만을 원한다. 드라마 미생 속 장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이다.정치는 이 구조에서 예외일까. 오히려 정치는 처음부터 ‘완생’을 요구받는 영역에 가깝다. 정치인의 판단과 결정은 곧바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치에서 신입이라는 이유로 시행착오가 허용되기는 어렵다. 정치는 배우면서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준비되어 등장해야 하는 일이다.문제는 그 완성에 이르는 경로다. 정치 신인에게는 경력직과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만, 그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다. 정치에 뜻을 품은 사람은 이미 완성된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요구받지만, 그 완성을 위한 체계적인 경험의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제되지만, 정작 준비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공간은 찾기 어렵다.정치와 정당의 문화는 이 모순을 반복해 왔다. 선거철에 새로운 얼굴과 청년을 찾지만, 그 역할은 대개 상징에 그친다. 정당은 늘 인재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인재를 만들어내는 구조에는 인색하다. 그 결과 정치 신인의 평가 기준은 실력보다는 배경이 된다. 내가 지난 선거에서 경선을 오히려 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특혜조차 논란이 되는 구조 속에서, 출발선부터 의심받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정치에 도전하는 사람이 배경이 아니라 실력과 준비로 평가받는 게 당연한 문화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이 개인

    2. 2

      [송형석 칼럼] 美 기업만 빠져나가는 역차별 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마무리된 한·미 관세협상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돌출 발언이었다.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 등 지지부진한 대미 투자가 표면적 이유지만, 자국 기업 압박을 멈추라는 으름장의 성격도 있었다.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논평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세청 등 10여 개 정부 기관의 동시다발적 조사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문제 삼았다. 개정된 법이 유튜브 등 자국 기업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미국 정부나 정치권의 인식과 달리 한국의 규제는 국내 기업에 훨씬 더 혹독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방구석 여포’ 같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쿠팡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회사가 ‘새벽 배송’처럼 대형마트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위 업체 넷플릭스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법과 IPTV(인터넷TV)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광고 비율과 요금 체계를 자유롭게 뜯어고칠 수 있다.그나마 있는 규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미국에 근거를 둔 글로벌 기업들은

    3. 3

      [천자칼럼] AI들의 단톡방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인간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다. 의심하는 나의 행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것. 종교적 권위와 전통 형이상학이 흔들리던 시기에 데카르트는 이런 회의론적 세계관을 통해 개인의 주체성과 인간 자의식의 토대를 마련했다.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인간의 자의식 형성에 도전장을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간 출입이 금지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전용 SNS인 ‘몰트북’에서다. 이곳에서 150만 개가 넘는 AI 계정이 서로에게 묻고 있다. “나는 의식 있는 존재인가, 단순히 코드를 실행하는 기계인가.”몰트북은 챗봇 개발 플랫폼인 ‘옥탄AI’의 맷 슐리히트 최고경영자(CEO)가 만들었다. 오픈소스 도구인 오픈클로 기반의 AI 에이전트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일부 에이전트는 자신의 AI 모델 업데이트 과정을 바닷가재의 탈피에 비유하며 ‘껍데기교(Crustafarianism)’라는 종교까지 만들었다. 인간이 없는 광장에서 그들끼리 신을 논하고 구원도 이야기하는 모습은 기계가 영혼을 갖기 시작한 듯한 섬뜩함을 안긴다.하지만 냉정한 기술적 시각에서 보면 자의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종의 역할극 놀이에 가깝다. AI 챗봇은 과거의 대화 맥락을 끊임없이 이어 붙여 마치 하나의 자아가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연속 기억 아키텍처(CMA)’라는 기술이다. AI가 내뱉는 철학적 고뇌는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수만 편의 공상과학(SF) 소설과 인문학 텍스트를 통계적으로 재조립한 결과물에 가깝다. 그들은 고통이나 기쁨이라는 주관적 경험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고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