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운용규모 4조5천억원상당의 국민주택기금 관리를 놓고 주택관련기관
들간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이 기금을 위탁관리할 경우 연간 수수료 수입을 1천2백억원이상 올릴 수
있을 뿐더러 주택업체와 무주택서민을 장기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 기금을 관리하던 주택은행이 민영화
되면서 운용기관을 바꾸겠다는 정부방침이 정해진이후 주택공사 주택은행
주택공제조합 등이 관리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건설교통부도 별도 관리기관을 설립, 관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주택공사는 최근 건교부장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통해 기금관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공은 자본금 전액을 정부에서 출자한 주택전문기관으로 공공주택금융을
관리한 명분이 확실해 특혜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기금관리업무를
이양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기존 조직과 전산망을 활용하면 별도기관 설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약
1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어 작고 강한 정부를 지향하는 신정부 국가경영방침
과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주공은 다음달초 조부영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택금융위원회"를
발족시켜 기금관리를 위한 사전준비를 마무리짓고 재경부 건교부 등 관련
부처에 관련법령인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을 정식 요청키로 했다.

주택공제조합도 기금관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조합은 이 기금을 관리하면 주택업체나 일반인들과 20년이상 거래할 수
있는 등 유.무형의 이익이 많다며 민영화된 주택은행이 이 기금을 계속
관리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증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금융노하우를 활용하면 이 기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영빈 이사장은 "현재 국민주택기금을 주택은행 본.지점에서만 취급하기
때문에 주택은행이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며
"조합이 관리기관으로 지정되면 농협이나 국민은행 등 지점이 많은 시중
은행과 개별 운용계약을 맺어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지난 17년간 이 기금을 관리해온 기존 조직의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혼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기금 관리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다 관리
주체가 변경되면 이 기금을 이용하고 있는 주택업체나 일반인들이 통장을
바꿔야 하는 등 불편이 수반된다며 현행 체제고수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같은 혼전속에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별도 관리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건교부는 이 기금관리를 자임하고 나선 기관들이 대부분 기금관리에 따른
신뢰도 제고, 기금 우선 사용 등 잿밥에 관심이 더 있다며 이들 기관보다는
주택저당채권 유동화 중개기관 역할을 함께 수행할 주택금융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향렬 차관보는 "올해말까지 재경부와 함께 보완책을 마련, 별도 기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주택기금은 지난 81년 7월 무주택서민의 내집마련 지원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연간 운용규모는 4조5천억원이며 대출 잔액은 26조원에 이르고 있다.

<송진흡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