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정상회담이 오는 5월2~3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경제화폐통합(EMU)과 관련한 세가지 핵심사항이
동시에 처리된다.

<>유러화 초기가입국 확정 <>참가국들간 환율교환비율 결정 <>유럽중앙은행
(ECB)초대총재를 비롯한 6명의 이사진 선임 등이 그것이다.

이들문제가 별탈없이 해결될 경우 EMU는 사실상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국제금융질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밑그림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는 EMU출범이 초읽기에 돌입하는 셈이다.

하지만 사안마다 이해관계국들간 견해차이가 적지않다.

그래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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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중앙은행 총재선임 =이를 둘러싼 회원국간 갈등은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원만한 타결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유러화는 출발선에서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총재자리를 놓고 한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양측은 심지어 타협안을 찾지 못할 경우 상대방 후보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서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통화기구(EMI)의 총재이자 전(전)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출신인 빔 뒤젠베르그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

여기에 독일 등 상당수 회원국들이 지지의사를 보내고 있어 뒤젠베르그는
총재후보로 가장 유력시돼 왔다.

더욱이 EMI는 98년7월 출범하는 ECB의 전신이어서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뒤젠베르그는 최적임자였다.

적어도 지난해 10월 프랑스가 장 클라우드 트리셰 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앞세워 ECB총재자리를 넘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프랑스는 ECB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되기 때문에 당연히 총재자리는
프랑스의 몫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21일 총재선임문제 등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EU재무장관들이 룩셈부르크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이번 브뤼셀 정상회담에서 결론을 내리자고 미루었다.

이들 두나라가 ECB총재직에 이처럼 집착하는데는 국내 정치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빔 콕 네덜란드 총리는 오는 5월6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만약 ECB총재자리를 프랑스측에 빼앗길 경우
콕 총리의 정치생명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프랑스측도 마찬가지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년전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정치적 모험을
시도했으나 좌파연합에 참패를 당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회원국간 타협안이 물밑접촉을 통해 꾸준히 모색돼 왔다.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세가지 방안이다.

첫째 ECB총재의 8년 임기를 반으로 쪼개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각각 4년씩
나눠가지는 대안이다.

이 안은 프랑스측이 선호하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최근 르몽드지와의 회견에서 "이같은
(임기양분)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재 임기를 임의로 나누는 것은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두번째 안은 양국이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는 것이다.

뒤젠베르그가 일단 8년임기의 총재에 선임된 다음 4~5년후 "신사적"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당연히 프랑스의 트리셰가 그 뒤를 잇는다.

첫번째 안과 비슷하지만 임기를 분할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다만 네덜란드는 이를 문서화하자는 프랑스의 주장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마직막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나눠먹기식이다.

ECB총재자리를 네덜란드에 양보하는 대신 프랑스는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자리도 그중 하나이다.

이 세가지 방안중의 하나이든,아니면 다른 선택이든 이번 정상회담에서
총재선임건은 반드시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오는 7월1일부터 ECB가 공식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총재선임을 둘러싼 회원국간 불협화음이 커질수록
유러화에 대한 국제 신뢰도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달러화와 함께 양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데 자리싸움으로
초장부터 헤맬경우 평가는 달라진다.

더욱이 ECB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는 강력한 기구로 우뚝 서기위해선 총재선임이 원만히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EU내부에서부터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 유러화 초기가입국 결정 =지난달 25일 EU집행위가 각국의 경제수렴실적
을 토대로 발표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1개국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중 영국 그리스 덴마크 스웨덴이 빠졌다.

그리스는 자격미달로, 영국 등 3개국은 스스로 원치 않아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이를 승인하는 요식절차에 불과하다.

다만 지난 21일 EU재무장관회의에서 테오 바이겔 독일 재무장관이 11개국중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공공부채문제를 걸고 넘어져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독일은 이들 두나라의 공공부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대비 1백20%에
이르고 있어 향후 유러화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러클럽"가입을 위해선 공공부채가 GDP의 60%를 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들 두나라를 초기가입국으로 받아들이긴 하되
앞으로 공공부채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확약을 받아 내겠다는
것이 독일측의 전략이다.

<> 참가국 화폐간의 환율결정 =큰 무리없이 타결될 전망이다.

환율은 유럽환율안정장치(ERM)내의 중심환율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이 ERM내에서 각국간 중심환율을 정해놓으면 여기에서 아래위로
각각 2.25%범위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돼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중심환율은 현재 마르크당 3.35프랑이다.

이번 회의만 통과된다면 역사상 유례없는 유럽의 "다국가 단일통화제도"
실현이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동안 많은 장애물을 헤쳐나오면서 우여곡절도 적지않았다.

이번 정상회담도 넘어야 할 산 중의 하나이다.

< 김수찬 기자 >

[[ 유럽단일통화출범 주요일지 ]]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설립
<>1967년 유럽공동체(EC)설립
<>1979년 유럽통화체계 조직
<>1986년 유럽단일화 결의(유럽단일시장구축및 화폐통합의 목적수립)
<>1989년 마드리드 유럽정상회담.3단계 통화통합추진합의
<>1990년 1단계 통화통합.ERM(환율조정장치)체제에 모든 회원국 가입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 체결.단일통화 가입요건 결정.EC를 EU
(유럽연합)로 변경.
<>1994년 2단계 통화통합.유럽통화기구(EMI)설치
<>1998년 5월2~3일 브뤼셀 EU정상회담
<>1998년 7월1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업무시작

[[ 유러화 사용일정 ]]

<>1999년 1월1일 유러화 정식도입.금융기관간 거래에 사용.유러로 ECB가
통화환율정책 수행
<>2002년 1월1일 유러와 참여국 통화 병행사용
<>2002년 7월1일 회원국 통화를 유러로 완전대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