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난세의 지혜를 배우자"

시선 이태백도 중년에 실직을 당했다.

마흔 넘어 얻은 "한림봉공"이라는 벼슬을 3년도 못채우고 "명예퇴직"으로
물러난 것.

최근 완역출간된 "이태백 악부시"(진옥경 역주 사람과책)에 실직자의
심정을 노래한 그의 작품이 실려있다.

"쓸쓸하니 태곳적 같고/소나무 설렁설렁 만길 높이 솟았는데/그 가운데
풀죽은 원숭이는 그림자 드리운 채 어설프게 매달려/지는 낙엽 안타까워
길게도 흐느낀다/시절 겹고 쫓겨난 나그네 이 소리 듣고/눈물이 비오듯
옷깃을 적시누나"(유간천:숨은 냇물)

장안을 떠나 한촌으로 낙향한 그는 명퇴자의 고독을 숨은 시냇물 소리에
빗댔다.

물가에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면 닫혀있던 "내면의 문"도 열리게 마련.

그는 세상 잡무에 시달리며 "자리"에 집착했던 과거를 회고하며 점차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발견한다.

"자고로 출세했단 인물들/공 세우고 은퇴 않아 모두들 몸 상했다/자서도
오강에 버려졌고/굴원도 끝내는 상수에 몸 던졌다/육기 뛰어난 재주로 제 몸
하나 건사했나/이사의 물러남 늦은 게 탈이었다"(행로난 기3 : 인생길
어려워라)

1천2백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요즘의 위정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노래다.

이 책에는 이태백의 시 1천여수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악부 1백42수가
완역돼 있다.

시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세상살이의 섭리가 천재시인의 붓끝에서 밝게
되살아난다.

중문학자 오수형(46.서울대교수)씨가 편역한 제갈량 문집 "난세를 건너는
법"(문학과지성사)에도 어려운 시절을 견디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천하의 명재상 제갈량은 위기때마다 아랫사람의 고언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과오를 먼저 탓하고 부하들에게는 과감한 직언을 요청한 것.

그는 관리들에게 보낸 글에서 "서로 다른 의견교환을 통해 좋은 결론을
얻는다면, 이는 해진 짚신을 버리고 보배를 얻는 것과 같다"며 위기극복에
필요한 "쓴 약"을 공모했다.

그는 아들에게도 "군자는 고요함으로 수신하고 검박함으로 덕을 함양하니,
담박하지 못하면 원대한 뜻을 세울 수 없고 안정되지 못하면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며 "방종하면 정신을 바로잡을 수 없고 조급하면 성정을 다스릴 수
없다"고 가르쳤다.

그는 또 사람 사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주 일깨웠다.

"세속의 이익에 휩쓸리는 교우는 오래 못간다.

진정한 교우는 따뜻하다고 해서 더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고 춥다고
해서 잎을 갈지도 않는다.

사시사철을 지내는 동안에도 쇠락하지 않으며 어려움을 겪어가면서 더욱
단단해진다"

이같은 교훈은 현대인들에게 IMF시대를 헤쳐갈 새로운 힘을 제공해준다.

<고두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