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 < 미국 이노디자인 대표 >

지난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의 전 국민들에게 최대의 관심과 걱정을
끼쳐주고 있는 IMF.

그 원인분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계의 혁신,그리고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부의
특별융자 배려 등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대책중에서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수출 경쟁력의 약화와 국력이 약해졌다는 비판론 속에서도
해외에서 선호하는 디자인 개발력 부족으로 비롯됐던 제품 경쟁력 약화에
관한 원인 분석은 찾을 수 없다.

노동력이 비싸 해외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한국 기업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외국인들이 찾는 적절한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으로 국제경쟁에
대처했어야만 했다.

디자인은 가장 앞선 선진국들의 선두기업들이 갖춘 고도의 기술이며 그들의
마케팅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디자인에 관한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도는 그 증폭이 컸던 것
같다.

때에 따라서 최대의 관심사인 것처럼 보였다가도 경제비상시에는 아무도
거론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디자인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디자인=사치"라는식의 잘못된 인식속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 디자인이란
절제해야 하는 것중의 하나로 존재한다.

좋은 디자인이 기업을 살리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국가 경제력에
일조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문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디자인을 기업 경쟁력 제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동안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디자인을 저력으로 세계시장을
정복해 나가며 지역을 막론하고 세계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독일의 BMW나 메르세데츠 벤츠를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미국의 IBM이나 모토로라는 첨단 정보시장 속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네덜란드 필립스와 일본의 소니도 한국인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제품들을 디자인 생산,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은 전 직원들의 관심속에서 기업문화를 창조하며
장기적으로는 세계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갈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 디자인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이들의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디자인이란 모든 작업이 끝난이후 추가로 덧붙일 수 있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

선진기업의 경영인들에게는 디자인이 사업 전략의 초기단계중 하나로 필수
과정인 것이다.

즉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변화 추구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디자인은 아직도 기업문화 속에서 정상적인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디자인은 디자이너들만의 힘으로는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Made In Korea"의 명성을 찾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품질을 높여야한다.

기업내에서 디자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인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IMF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 충분히 시도해 보지 못한 디자인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지 카드로 남아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